게임, 내 영혼을 좀먹는 ‘끈질긴 탐닉’
-빛과 소금 9월호-
춘천한마음교회 최무진 형제(25세)
최무진 씨는 반듯한 인상의 청년이었다. 그는 게임 중독에 빠졌었다고 고백했다. 여유가 느껴졌다. 기자는 그것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 ‘빛’을 본 사람의 몸에 배인 향기처럼 느껴졌다. 그에게 게임 중독은 이미 다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고통을 잊게 해준 ‘게임’
우선 그의 어린 시절 이력부터 확인했다. 그가 게임에 몰두하게 된 원인이 그 시절, 어떠한 문제로 인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어림짐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께서 이혼하셨어요. 저는 할머니 손에 맡겨졌죠. 할머니는 성품이 매우 강하신 분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할머니와 자주 부딪쳤고, 혼나면 악을 쓰며 울었어요.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했고요. 그러다 보니 저는 어디에도 머물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어린 무진에게 따뜻한 돌봄은 사치였던 것일까. 꿈을 꾸어야 할 나이에 그는 죽음을 생각했다고 한다. 홀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상상도 했다고.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눈물을 흘리며 아픔을 참아내야 했던 어린 무진. 어느 날 정서적으로 불안에 떨던 그는 게임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무섭도록 게임을 탐닉하게 된다.
“어느 날 친구를 따라 PC방에 가게 됐어요. 당시 유명했던 온라인 게임을 접하면서 신세계를 경험했죠. 게임에 몰입했을 때, 현실에서 겪는 고통을 말씀이 잊을 수 있었어요.”
무진은 게임에 파묻혀 살았다. 머릿 속은 온통 게임 생각을 가득 찼고, 틈만 나면 게임을 하게 위해 노력했다. 학교에 있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게임에 쏟아 부었다. 학교도 빠지고 PC방에서 종일 게임만 하기도 했다. 방학을 하면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씩 잠을 자면서 50~60시간씩 종일 게임만 하기도 했다. 심각한 게임 중독에 빠지게 된 것이다.
“5학년 때 일이에요. 제가 게임에 빠져있던 사이, 어머니와 헤어진 아버지께서는 슬픈 시간을 보내셨나 봐요. 결국 아버지는 자살을 하셨어요. 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접한 할머니는 쓰러지셨고, 대성통곡을 하며 울부짖으셨어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덤덤했어요. 전혀 슬픔이 느껴지지 않았죠. 장례식장에서도 ‘내가 지금 슬퍼해야 하는 건가?’ 하는 고민이 들 정도였어요. 마음이 무뎌졌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순간이었죠.”
장례식을 마친 이후에도 무진은 게임에 몰두했다. 그런데 그 시점, 그에게 이상한 증세가 나타났다. 불안과 두려움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있을 때, 자동차 시동 소리만 들려도 신경이 곤두섰다고 한다.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셔서 게임을 못 하게 할까봐 두려웠어요. 그러다 ‘아버지는 이제 더 이상 이곳에 계시지 않지. 나는 어떠한 제재로 받지 않고 게임을 할 수 있구나’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요. 저는 실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부모님을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게 생각했는데, 게임으로 인해서 변하게 된 것이죠.”
증상은 날로 심해졌다. 그는 급기야 폭력성을 드러냈다고 고백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댁에서 살 때였어요. 두 분은 저를 몹시 아끼고 사랑해 주셨죠. 두 분은 제가 잠도 안 자고 게임을 하니까 많이 걱정하셨어요. 그래서 ‘무진아, 자야 되지 않겠니?’라고 말했는데, 저는 그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났어요.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분(憤)이 치밀어 올랐어요. 집에 있는 연필을 모조리 부러뜨리고, 벽을 때리면서 분을 삭였어요. 또 언젠가 제가 게임을 하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밥 먹으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듣자 무서운 충동이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부엌에 있는 칼을 보면서 끔찍한 상상을 했죠. 제 스스로가 두려워지더군요.”
고통을 안겨준 ‘게임’
무진의 게임 중독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게임 공동체에 소속되어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과 합숙을 하면서 게임을 즐기기에 이르렀다. 새벽에도 한 시간 단위로 일어나서 게임을 했고, 나중에는 분 단위로 잠을 자면서까지 게임이 열중했다. 그러자 몸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게임을 하고 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끔찍한 고통을 느꼈어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죠. 악을 쓰며 비명을 지를 정도였으니까요. 병원에 실려 가서 온갖 검사를 다 받았지만 증상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어요. 그러나 저는 알겠더군요. 게임 때문이란 것을 말이죠.”
무진은 극심한 고통 중에도 게임을 했다고 한다. 게임을 하다가 쓰러지기를 반복했다고. 기자는 그렇게 고통에 시달리면서까지 게임을 끊지 못했던 이유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모든 중독자들이 좀처럼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알게 해줬다.
“당시에는 게임을 끊는 것이 내 생명을 끊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죠.”
절망의 끝에서 찾아오신 하나님
중학교 시절, 무진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였던 한 선생님의 권유로 교회에 간 적이 있다. 학생들을 향한 선생님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면서 그는 하나님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교회 공동체에 속해 있던 사람들도 좋았지만, 당시에는 게임이 더 좋았다.
게임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면서 무진은 절망감을 느꼈다. 그때 PC방을 오가던 길목에서 몇 년 전 교회에서 만났던 한 형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형이 저를 너무 반겨주셨어요. 그리고 복음을 들려주셨죠. 당시 저에게 형이 들려준 말씀은 구원의 손길과도 같았어요.”
무진은 그 자리에서 예수를 마음 속에 모셨다. 그의 마음의 주인이 바뀌게 된 순간이었다.
“형한테 너무 고맙다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문득 게임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로 저는 그 한순간에 게임을 끊게 되었어요.”
교회 공동체는 그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 줬다. 게임을 위해 새벽을 깨웠던 그가, 이제는 기도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난다고 한다.
무진은 놓고 있던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장학금을 받고 대학교에 입학,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수시로 게임에 대한 유혹이 찾아왔지만, 예수와 함께 하는 공동체가 있었기에 그는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귀가 가룟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었듯이, 제 마음속에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넣어주는 영적 존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기도하면서 유혹들을 끊어냈어요. 그리고 신앙이 성장하면서 유혹과의 싸움은 한결 수월해졌죠. 어느덧 유혹을 제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무진은 현재, 자신과 같이 게임에 중독된 학생들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복음의 능력이 중독자를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