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장한 젊은 여성이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대놓고 자신이 알코올중독자라고 고백한다. 어린 자녀 있는 주부가 이혼녀라고 당당히 말한다. 중년 여성들은 각기 술집마담, 신천지 교인, 무당이었다고 말한다. 밝은 얼굴을 드러내면서 말이다.

남성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폭력배, 성중독자였다고 말한다. 급진 사회 및 노동운동가였다는 고백은 귀에 들리지도 않을 정도다.

거침없는 내용의 이 같은 간증이 강원도 춘천발로 전국으로 퍼진 것이 요 몇 년 됐다. 얼굴과 이름을 밝히고 "내가 이렇게 하나님의 종이 되었다"고 목소리 높인 사람만 600여명이다. "저 동성애자였어요. 지금은 그들을 선교하러 다녀요. 부활의 하나님을 믿으라고요." 전직 여성 축구선수다. 이 자매는 본명을 써달라고 말하는데 '소심한 기자'는 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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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단위 시골교회 목사 김성로. “수평 이동해 등록하려는 분은 돌려보냅니다.” 면단위 한마음침례교회 출석교인은 2000여명이다. 부흥에는 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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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牛舍)교회서 벚꽃 아래서 찬송하는 교인들.


간증 복음증거를 쏟아내는 곳은 춘천 한마음침례교회다. 1990년 춘천 변두리 우사(牛舍)에서 시작된 이 교회는 지금 2000여명이 모이는 큰 교회가 됐다. 교인 40%가 서울 등 외지인이다. 50대 이상의 중장년이 드문 젊은 교회다. 교사 등 고학력자가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 소도시 교회의 교인이 늘고, 선교 영향력이 커지자 세상 교회가 놀랬다. 동시에 우려의 눈길도 보냈다. 대체 한마음교회는 어떤 교회, 어떤 리더가 있기에 서울 사는 사람들이 주말과 주일에 1박2일 하겠다고 줄을 잇는단 말인가.

지난 12일 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김성로(67) 목사는 순박한 시골교회 목사였다. 구수한 비음이 동네 아저씨 같아 살갑기도 했다. 교회는 시내서 떨어진 소양강 옆이었다. 접근이 쉽지 않았다.

-책장의 이 책들은 뭡니까. 마치 조선왕조실록 같습니다.

“아 우리 교인들 간증집입니다. 복음의 증거죠. 너무 귀한 얘기들이라 채록해 놓았습니다. 수백명 분이죠.”

-요즘 교계에선 한마음교회 부활 중심의 신앙이 화제입니다. 교인들의 간증이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인기고요.

“어느 선교방송에 출연했더니 담당자께서 제게 질문을 하더군요. ‘목사님, 외국에서 뉴미디어학을 전공하신 겁니까. 어떻게 스토리텔링(간증) 기법을 뉴미디어에 적용하실 생각을…’ 하고요. 저는 강원도를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시골교회 목사입니다. 목회세미나 한 번 제대로 참석 못해봤어요. 다만 한 가지 ‘바보들도 믿을 만한 증거 부활’을 성경 그대로 말할 뿐입니다. 부활 신앙을 깨달은 교인들이 자기중심의 신앙을 버리고 하나님을 중심에 둔 얘기를 간증으로 쏟아내는 거지요.”

-‘부활 신앙’이야 2000여년간 계속되는 진리 아닙니까.

“그랬죠. 예수가 이 땅에 오셔서 고난을 당하고 죽을 것이 예언되어 있었고 죽었던 예수가 부활하실 것도 예언되어 있었죠. 예수가 자신은 고난 받고 죽임을 당해 삼일 만에 살아날 것(마 16:21)이라고도 했고요. 그리고 그렇게 됐습니다. 한데 오늘 우리의 신앙은 ‘십자가의 사랑’에만 중심이 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 십자가 레퀴엠이죠.”

-레퀴엠적 신앙이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닌 것 같고, 그 너머의 뭔가를 얘기하고 싶으신 거군요.

“베드로가 목숨 걸고 예수 부활을 증거하는 삶을 살고, 야고보가 순교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부활 때문입니다. 제자들조차 부활을 대충 듣고 부인까지 하죠. 한데 증거를 본 초대교회가 어땠습니까. 순교의 자세로 구원받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그리스도께서 다시 사신 것이 없으면 너희의 믿음도 헛되고 너희가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이요’(고전 15:17)라는 지적이 우리 믿음의 현실입니다. 부활의 표적을 보여주었는데도 ‘내가 중심’이 되는 신앙을 버리지 않아서죠.”

-자기중심을 버리라는 건 회개와 맥이 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가 하나님이 되고 자기가 주인이 되는 죄를 범했습니다. 독생자 예수 때문에 사함을 받았죠. 그럼에도 부활의 예수를 믿지 않는 것은 악랄하고 무서운 죄입니다. 회개해야 죄 사함과 구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 교인들은 자기를 중심에 둔 신앙의 태도를 버렸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기존 교회 교인의 수평이동을 통한 신앙 성장 아닌가요.

“수평이동 하려는 분은 돌려보냅니다. 수평이동 사실을 숨기고 등록하는 분도 있고, 기존 교인이라 하더라도 우울증 등이 심하다며 간곡히 호소하는 분 등을 어쩔 수 없이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만…사력을 다한 전도의 결과입니다.”

-늦깎이 신학생이셨죠.

“마흔일곱에 수도침례신학교를 다녔어요. 30대 초반 크리스천이 되고 춘천 강원대 등 학원선교를 집중적으로 했고요. 교사 생활과 학원선교를 병행했었죠.”

-오랜 교사 생활이 목회에 도움이 됐겠군요. 첫 부임지가 어딥니까.

“강원대 졸업하고 인제 원통중학교 체육교사가 됐습니다. 그 무렵 아버지가 인제에서 요식업 등 사업을 하셨는데 만날 ‘방석집 니나노’ 들으며 방탕했죠. 그 결과로 정선 탄광촌 교사로 밀려났습니다. 정신 못 차리고 거기서도 유흥계를 평정했죠.”

-영화 ‘선생 김봉두’가 생각납니다.

“하하. 그러다 어느 날 교회 아이들의 맑은 찬송을 듣게 됐어요. 뭔지 모를 마음의 동요가 일었죠. 그 무렵 여교사 한 분이 그런 제게 ‘4대째 신앙가’ 여교사 한 분을 소개해주셨는데 지금의 제 아내(이양자 사모)입니다. 그때 크리스천에 대한 반감이 적잖아 ‘툭툭’ 거렸는데 아내를 보는 순간 이상하게 겁이 나더라고요.”

-신앙 좋은 자매 대하고 유흥계 접은 겁니까.

“접었죠. 교회 다니고 베델성서교재로 공부하고요. 그 뒤 양구종합고 등에서 교편 잡으면서 신유체험을 많이 했어요. 툭 건드리면 귀신이 달아나요. 교사모임 등을 통해 ‘성령 충만한 나’를 중심에 뒀죠. 한데 학원선교를 통해 제자를 길러내면 서울 등으로 떠나는 순간 그들의 신앙이 제 자리예요. 그걸 보고 ‘왜 사람은 변하지 않는가’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죠. 제가 부활의 증인으로 만들어냈지 못했기 때문이었어요. 2000년 초까지 그랬습니다. 앞서 5년을 회개하고 또 회개했었습니다.”

지난 9일 제6일 밤. 마을은 쥐죽은 듯 적막한데 유독 교회만 붐볐다. 철야예배와 다음날 주일성수 하려는 교인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밤새 간증을 듣고 아멘으로 받았다. 서로 울고 서로 웃었다. 우는 것도 웃는 것도 기쁨에 넘쳐서였다. 그리고 그들은 새벽녘 잠깐 눈을 붙였다. 400∼500명이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휴식을 취했다. 목양실 불은 밤새 꺼지지 않았다.

춘천=글·사진 전정희 종교국 부국장 jhjeon@kmib.co.kr
원문기사링크 http://media.daum.net/culture/religion/newsview?newsid=20160415181100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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