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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은 / 춘천한마음교회 


인생의 시작과 마지막을 날마다 보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입니다. 간암병동에서 만난 환자들 중에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고 굳게 약속한 분들이 많습니다. 죽음의 공포를 이기고 부활의 소망을 가지고 가셨습니다. 

▣ 연변처녀 

   
▲ 엄정은 자매 Ⓒ한마음교회 저는 간호대학 4년을 마치자마자 서울아산병원에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졸업하자마자 사회생활을 시작한 첫 날. 저는 만나는 분들마다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열심히 했는데요. 선생님들이 자꾸 웃으시는 거예요. 왜 그러지? 했는데 알고 보니 구수하면서도 억센 강릉 사투리 때문인 거예요. 

어느 날은 처치실에서 응급상황이 벌어졌는데요. 한 간호사 선생님이 “저것 좀 주세요.” 하시기에 제가 잘 몰라서 “선생님! 이거래요?” 했더니 완전 웃음바다가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연변처녀가 왔다고 소문이 났어요. 그렇게 간호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분만실 - 탄생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저는 제 인생에서 처음 보는 충격적인 일을 많이 겪게 되었습니다. 병동에 배치가 되기 전에 잠깐 분만실에 있었는데요. 저는 그 곳에서 처음으로 자연 분만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이론으로 배워서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이론으로 알던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더라구요. 

사람 몸속에서 살아있는 생명체가 나오기까지 그 과정은 정말 신비 그 자체였습니다. 반면 산모는 너무도 고통스러워하는 거예요. 그래서 속으로 ‘아! 나는 자연분만 못하겠다!’ 했어요. 우리 엄마가 나를 이렇게 고통 가운데 낳았구나! 처음으로 어머니의 은혜에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고향에 계시는 엄마께 전화해서 감사하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진통하다가 아기가 쏙 빠져 나오는데요. 고통스러워하던 산모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환히 웃으면서 아기를 끌어안는 거예요. 비디오로 촬영해서 세상에 다 보여 주고 싶을 정도로 그 장면이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분만실에는 생명의 탄생으로 경이로움과 기쁨과 환희가 흘러 넘쳤습니다. 출산의 기쁨이 이런 거구나!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저도 모르게 ‘음... 나중에 나도 자연분만 해야지.’ 이렇게 제 맘이 싹 바뀌더라구요. 이렇게 탄생의 기쁨을 맛보았는데요.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 죽음 앞에 서다 

그 후에 저는 간암 병동에 배치가 되었습니다. 이 간암 병동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음을 보게 된 것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간암 병동은 거의 지방에서 큰 병원을 권유 받아 오신 중증 환자분이 많았습니다. 간암, 간병증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인해서 많은 분들이 사망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20대 청년의 죽음부터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노년에 이르는 분들의 죽음을 다양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갓 대학을 졸업한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죽음을 보게 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원래 사람은 태어나서 한 번은 다 죽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환자들이 죽는 것을 제 눈으로 직접 보니 너무도 두려웠습니다. 

병동에서 같이 걸으면서 함께 이야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랬던 분들이 어느 날 갑자기 간성혼수에 빠지게 되면서 의식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의사가 사망 선고를 하게 되면 일단은 간호사들이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모든 주사바늘을 다 빼주고 지혈을 시켜 줍니다. 보통, 출혈과 간성혼수로 돌아가시기 때문에 피를 토하거나 혈변, 검은 변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얼굴과 온 몸이 지저분한 상태이기 때문에 깨끗이 닦아 드리고 환자복을 갈아 입혀 드립니다. 간호사 4명 이상이 함께 하지 않으면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죽은 시체는 무거웠습니다. 사람에게서 혼이 빠져 나가니 더 이상 사람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나무토막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죽은 시체를 처음으로 만지는데 제 심장이 멎어 버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 나도 곧 죽는구나! 

죽음이라는 것이 이런 건가? 아무 힘도 없이 나무토막같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시체 앞에서 오열하는 가족들.... 눈 뜨라고 때리고 흔들어 깨워도 전혀 반응할 수 없는 죽음! 질병으로 고통 가운데 살다가 최후에 맞이한 죽음! 정말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고 마음이 한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 분은 돈도 많고 명예도 있으신 분인데 왜 죽음을 해결하지 못하나? 죽음 앞에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돈, 명예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저는 똑똑히 보았습니다. 심지어 가족들도 죽음 앞에선 아무것도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죽음은 이 세상에서 연결된 모든 것과의 이별이었습니다. 완전 끝! 끝이었습니다. 

병원에서 함께 지냈던 환자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순간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죽음이 제게도 너무나 실제가 되었습니다. 나도 병들어 죽든지 아니면 사고로 죽든지, 늙어서 죽든지 곧 죽는구나!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20대 초반 젊은 나이였지만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이 현실이 되니 허무한 마음이 밀려오더라구요. 가지려고 발버둥 치고 행복해지려고 발버둥 치는데, 결국은 인생의 종착역인 죽음을 향해서 가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혼란스럽고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웠어요. 

▣ 아! 부활 

이렇게 죽음 앞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였어요. 그 순간 교회 다니면서 그토록 많이 들었던 예수님의 부활이 생각이 나는 거예요. 칠흑 같은 어둠 가운데 빛을 발견한 마음이었어요. 아! 부활!!!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는 것! 저는 병원에 있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출생과 죽음을 보았지만 다시 사는 것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다시 살아났다는 것을 들은 적도 없고요. 인명사전을 보아도 수많은 사람들이 대단한 업적을 남겼지만 결국은 ‘몇 년도에 죽었다! 무덤은 어디에 있다!’로 마침표가 ‘땅!’ 찍혀 있었어요. 

그런데 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죽음이 끝이 아니라 다시 살아나신 것이 역사에 기록이 되어 있는 분이 있는 것입니다. 그 분의 이름이 예수더라구요. 제가 신앙생활하면서 믿는다고 했던 예수님이 누구신지 부활로 선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아! 죽은 자 가운데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이 바로 구약에 예언되었던 창조주 하나님이시구나!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살아계시구나! 그 분이 말씀하신 천국과 지옥을 가보지 않아도 그대로 믿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죽음이 실제가 되면서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 도마처럼 나의 주 나의 하나님! 그대로 굴복이 되었습니다. 성경 말씀을 많이 몰라도 죽음 앞에서 예수님의 부활 자체가 저를 살리는 복음이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죽음이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니더라구요. 부활의 주님을 바라보니 죽음 앞에 찾아왔던 두려움, 인생에 대한 허무한 마음들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예수님의 부활! 영원히 죽지 않을 몸으로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 이 부활의 표적 하나로 내가 주인 된 삶을 회개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마음에 주인으로 모시고 내 삶을 온전히 주께 드리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저는 이 기쁜 소식을 환자들에게, 보호자들에게, 동료 간호사들에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병원에서 전도를 막 하기 시작했습니다. 

▣ 할머니 전도 

그러던 어느 날, 밤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환자분들이 잘 주무시고 있는지 병실을 돌아다니다가 한 할머니의 혈압을 재게 되었는데요. 할머니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는 생각이 딱 드니깐 혈압만 재고 병실에서 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 팔을 붙잡고 잠시 기도하게 되었는데 할머니가 잠에서 깨셨습니다. 그 순간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또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했습니다. 

“할머니! 몸이 아프시니깐 너무 고통스러우시죠? 할머니를 위해 기도해 드릴께요. 그리고요 할머니, 예수님이란 분이 이천년 전에 이 땅에 살았는데요. 그 분이 십자가에서 우리 죄를 위해 죽으시고 삼일 만에 다시 살아나셨어요. 지금도 살아계셔요. 할머니! 예수님 믿지 않는 죄를 회개하고 부활하신 예수님 믿으면 천국에서 영원히 살아요. 예수님 주인으로 믿고 할머니! 같이 천국 가요.” 

제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는지 할머니는 믿겠다고! 고맙다고 하시면서 제 손을 꼭 잡아주셨습니다. 

▣ 하나님의 사랑 경험 

그리고 제가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이 있습니다. 간경화로 복수가 심하게 차고 황달이 변하여 흑달로 변해가는 환자 분이 계셨습니다. 어느 날 출혈이 생기면서 의식이 점점 떨어지고 호흡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결국 사경을 헤매게 되었습니다. 여러 차례 심폐소생술을 하였지만 심장이 뛰지 않았어요. 환자에게 가까이 가서 간호를 하는데 피 범벅이 된 상태라 악취가 너무도 심하게 나서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괴로워서 마음속으로 기도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예수님의 피인 보혈이 생각나는 거예요. 보혈을 생각하면서 환자의 얼굴을 닦아 드리는데요. 놀랍게도 그렇게 거북하던 냄새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그 환자를 향한 사랑이 부어지는 거예요. 제 안에서 사랑합니다! 사랑한다! 사랑합니다! 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 거예요. 하나님의 사랑이 제 온 몸을 덮어버렸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환자 얼굴에 제 얼굴을 대고 싶을 정도로 사랑이 부어지더라구요. 정말 제가 아닌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부활의 주님을 믿었을 뿐인데.... 하나님의 사랑으로 그 영혼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버렸더라구요.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님의 피는 단순히 사람의 피가 아니라 부활하신 하나님의 피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왜 그렇게 보혈에 놀라운 능력이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또, 부활로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신 한 청년 예수가 바로 하나님인 것을 알게 되면서 십자가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사랑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 십자가는 그냥 한 사람이 죽은 십자가가 아니라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날 위해 생명을 던지신 십자가였습니다. 하나님이 날 위해 죽으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십자가로 보여주신 사랑이 얼마나 큰 사랑인지, 저는 부활로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성령께서 그 사랑을 부어 주시니 원수도, 그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 거였습니다. 

▣ 근무 중에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도 

이렇게 영혼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부음 받은 경험을 한 후 저는 한 사람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자신의 생명까지 내어줄 만큼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시는데 그 분의 마음을 모른체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이 병실에서 오랜 시간 질병과 싸우는 게 얼마나 외롭고 힘들겠어요? 그러니깐 제가 조금만 관심을 보여드려도 너무나 좋아하시고요, 기도를 해 주겠다고 하면 너무도 고마워하셨습니다. 어떤 분은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그러니 근무 중에 화장실을 갈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쁘고 응급상황도 많았지만 그 분들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질병으로 고통 가운데 죽는 것도 괴로운데, 죽어서 지옥가면 안 되잖아요. 이런 마음이 강하게 들 때에는, 퇴근 후에도 병실로 찾아가서 복음을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 병동에서 인기 짱 

이런 제 마음을 아셨는지 병동에서 환자 보호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제 손을 꼭 잡아 주시면서 고맙다고 하시고, 먹을 것도 참 많이 챙겨 주셨고요. 심지어는 제가 바빠서 막 뛰어 다니는데 저를 불러서 입 안에 먹을 것을 넣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저를 막 병실로 부르시는 거예요. 그래서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하면서 막 달려갔더니 명함을 내밀면서 “이 사람 꼭 한번 만나봐.” 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선도 많이 들어 왔었습니다. 

3교대로 너무도 바쁘고 힘든 간호사 생활이었지만 인생의 마지막 죽음 앞에 두려워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 삶의 기쁨이요 축복이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영접하고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고 이 세상을 떠난 환자 분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에 저는 천국이 더욱 소망이 됩니다. 

인생의 시작인 탄생! 그리고 인생의 끝인 죽음! 병원 생활을 하면서 저는 인생의 시작과 끝을 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한 저에게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서 영원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셨습니다. 인생이 잠깐이라는 것과 영원한 하늘나라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확실하기 때문에 저는 아무리 힘든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단 하루를 살아도 주와 복음을 위해, 공동체를 위해 사는 것이 저의 꿈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부활의 산 소망을 전해주는 부활의 증인으로 사는 것이 제가 사는 이유입니다. 인생의 가장 큰 문제인 죽음을 해결해주시고 지금도 살아계신 부활의 예수님! 이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어 영원한 생명을 얻을 뿐만 아니라 이 땅에서도 풍성한 삶을 사시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http://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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