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는데 운전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시신을 수습하면서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심장은 벌렁벌렁하고 손은 나도 모르게 떨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주검이었다. 잠을 자려고 누워도 그 장면이 다시 떠올라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때부터 죽음과 신앙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교회 형님과 말씀으로 교제를 하게 되었는데, 형님은 “한 아기가, 한 아들이 오는데 그분이 바로 썩지 않고 살아나신 전능하신 하나님이야∼”라고 했다.
요한복음 20장 말씀을 읽어내려가는데, 도마에게 못 자국이 있는 손과 창 자국이 선명한 옆구리를 보이시는 예수님 모습이 나에게 그대로 비춰지는데, 그때 예수님이 누구신지 알았다. 두려웠다. 창조주 앞에서의 두려움, 경이로움이 나의 마음을 휘감았다.
“아!! 예수님이 정말 하나님이시구나. 인간 예수가 창조주시구나!!”
주님은 ‘어떻게’라는 한 단어로 나를 책망하셨다. “어떻게 네가 나를 믿지 않을 수 있느냐? 내가 사람이 되어 모욕과 능욕을 당하고, 너를 사랑하여 십자가에서 네 죄 때문에 죽었고, 너의 주인이 되기 위하여 부활한 나를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느냐?” 성령님의 책망하심에 마음 깊은 곳에서 회개가 되었다. 나는 울고 또 울었다. 자기가 주인으로 살고 싶어 예수님을 배척한 마귀보다 더 악랄한 중심을 보여주시니 통회가 되었다. 나는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기쁨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이라는 직업은 신앙생활을 하는데 쉽지만은 않았다.
한 번은 나이트클럽 앞에서 30∼40명이 난투극을 벌여 아수라장이었다.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현실이 얼마나 긴장되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부부싸움을 하는 집 남편이 식칼을 들고 달려들어 순식간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칼에 찔리지는 않았지만 한숨이 나오고 진이 다 빠져 버렸다. 이렇게 긴장된 상황은 자주 있었다.
이런 일들을 겪다 보니 오늘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긴장감에 마음은 무거워지고, ‘내가 이 일을 계속해야 되나’ 고민이 되었다. 영혼을 만나 복음을 전하는 귀한 사역지는 분명한데, 왜 이렇게도 척박한 곳에서 일을 해야 하는지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갔다.
그런 나에게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생각나게 하셨다. 바로 “내 안에 계신”이라는 말씀이었다. 내 안에 계신…. 이 말씀을 묵상하는데, 부활하신 예수님이 내 안에 함께 계심이 그대로 비춰졌다. 그 현장 속에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조폭들이 싸우는 현장에 갈 때도, 술 취한 사람에게 욕을 먹을 때도, 불행한 주검을 보며 가슴 아파할 때도,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 기뻐할 때도, 이 어두운 세상을 보며 한숨지을 때도, 예수님은 그런 나를 보고 계셨다.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약속하신 그대로, 부활하신 예수님은 나와 늘 함께 계셨다.
이제는 척박하고 긴장감이 감도는 현장에도 감사하며 가게 된다. 앞으로 어떤 일을 만날지, 얼마나 더 긴장되고 손에 땀이 날지 모르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와 늘 함께 계시니 부활의 증인으로 기쁘게 이 길을 갈 것이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원문기사링크 http://bit.ly/20sbg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