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가난한 집안의 육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나는 공부도 잘했지만 글짓기도 잘해 전국대회에서 큰 상을 여러 번 받았다. 언젠가 대통령님께 우리 집 사정을 편지를 써 보냈는데, 비서실에서 답장이 왔고 군대에 갔던 오빠가 의가사 제대를 했다. 학교와 마을에서 나는 대단한 아이로 소문이 났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닭장에 닭을 팔아서라도 공부를 계속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그러나 닭을 팔아 끼니 먼저 해결해야 했고 결국 나는 학교를 중단했다. 절망 속에 지내다가 20대에 어느 청년의 전도로 부흥회에 가서 큰 은혜를 받았다. 예수님만 믿고 살면 될 것 같아 그 청년과 결혼했다. 신앙생활은 정말 행복했다. 교회에서는 학력도 가정형편도 모두 가려졌다. 교사도 하고 찬양대원도 하는 사이에 가장 모범적인 믿음의 가정이 되었다. 그러나 집에만 돌아오면 마음이 공허했고 여전히 가난한 살림에 우울했다. 교회와 가정에서 나는 두 얼굴로 살았던 것이다.
그러다 남편이 신학을 하고 목회를 시작했다. 목회의 단맛과 쓴맛을 알아가던 어느 날, 남편은 갑자기 자신도 변화되지 못하는데 더 이상 거짓으로 말씀을 전하지 못하겠다며 목회를 그만두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힘들게 지내다가 남편은 문득 이제 방황을 끝낼 교회를 찾은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막바로 ‘오직 주만이’란 간증 프로그램으로 알게 된 춘천한마음교회에 갔다.
목사님은 물론 여기저기서 부활을 말했지만 나도 다 아는 말씀이라 전혀 새롭게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자매님이 부활을 하나님과 제자들의 관점으로 보라고 했다. 그래서 사도행전과 강해집, 한마음교회 담임목사님의 칼럼집을 밤새워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 고린도전서 15장 17절에 부활이 없으면 너희의 믿음도 헛되고 너희가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이라는 말씀에 충격을 받았다. 도저히 인정할 수도 없었다. 나는 간절히 하나님께 매달렸다.
“하나님, 저 모르세요? 저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었어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고 보상금도 다 드렸잖아요! 주일학교 교사 30년, 찬양대 30년, 구역장 30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요. 농어촌 선교, 교도소 선교 다니고 온갖 위험 감수하면서 북방 선교 20년이잖아요? 인도네시아에 교회 세운 것도 다 아시잖아요? 그래도 저를 모르세요?”
절규하는데 돌아온 대답은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나를 떠나가라’는 마태복음 7장 말씀이었다. 그제야 나의 실체가 정확히 보였다. 학력 열등감을 가리려 했고, 사람들의 평판과 인정이 내 삶의 이유였고, 내 영광 내 만족을 채우기 위해 일한, 정녕 예수님이 모르는 자였다.
“하나님, 용서해주세요. 부활로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는데도 내 힘으로 하나님께 다가가려고 몸부림쳤어요. 용서해주세요.” 비로소 나는 내가 주인 되었던 악랄한 죄를 회개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내 마음에 주인으로 영접했다.
지금 나는 그동안 잘 숨겨두었던 모든 포장지를 벗어버리고 나를 자유하게 한 부활복음을 매일 전하고 있다. 핍박을 받아도 내겐 모두 기쁨이다. 오늘도 나는 하나님의 자존심이 되어 복음을 위해 공동체와 함께 달려간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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