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심한 성격의 맏이였지만, 남편은 시댁에서도 인정하는 다혈질에다 물불 안 가리고 직진하는 성격이었다. 목표한 것은 반드시 실천하는 남편은 결혼 후에는 사장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밤낮없이 살았다. 휴가도 전혀 없이 365일이 부족한 일 중독자였다.
어느 날, 남편이 새벽 4시가 넘어 들어왔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기다리던 나는 “연락도 없고 정말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남편은 갑자기 화를 내며 앞에 놓인 선풍기를 집어 던졌다.
그 일 후로 남편의 무서운 성격 탓에 대꾸 한 번 못하고 속만 끓이며 살았다. 결국 나는 돌파구로 술을 가까이하게 되었다. 술 마시는 순간은 마음이 푸근해졌지만, 결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결국 이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그것도 남편의 강력한 반대에 물러서고 말았다. 신경정신과를 찾아가야 할 상황에 이르렀을 때, 큰시누를 통해 한마음교회에 가게 되었다.
예배 중에 청천벽력 같은 말씀을 들었다. 교회를 오래 다녀도, 봉사를 해도, 육체와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사는 나는 ‘진노의 자녀’라는 에베소서 2장 3절 말씀이 그대로 심장에 박혔다. 36년 인생 전체가 무너지는 충격이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몸부림치다가 하나님이 사람이 되어 이 세상에 찾아오셨다는 것, 목수인 청년이 부활을 통해 하나님이심이 확증되었다는 천지개벽 같은 사건이 보였다. 부활은 온 우주 전체를 뒤흔드는 사건이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였기에 예수님이 찾으러 오실 수밖에 없었고, 그 피로 영원한 제사를 드려 온 인류가 구원받을 길을 활짝 열어놓으신 아버지의 사랑에 목 놓아 울었다.
요한복음은 나 같은 인생을 살리려고 애쓰신 하나님의 몸부림이며 사랑이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부활을 통해 성경대로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이라는 것을 확증한 후, 목숨 바쳐 증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도행전의 역사는 이어진 것이었다. 성경을 다 이루신 이분을 배척하고, 내가 주인이 되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원망하며 온갖 죄를 품고 살았다.
“하나님! 어찌합니까!” 하나님께 범죄하여 감히 하늘을 쳐다볼 수도 없는 나에게 회개하라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은 세상에 없는 은혜요 사랑이었다. 이제 그분이 내 안으로 들어오신 것이다.
차마 양들을 두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으신 예수님이 “내 양을 부탁한다”고 하신 그 단 한 가지의 마음이 부어지니, 내 온 힘과 인생을 다해 예수님의 당부를 들어드리고 싶었다. 그때부터 수많은 영혼을 만나기 시작했다. 복음의 능력은 어떤 사람을 만나도 빛을 드러내셨고, 모두 다 충성된 주님의 제자요, 공동체의 일군이 되게 하셨다. 주님의 은혜로, 세상의 목표를 향해 달리던 남편도 주님께 돌아와 지금은 하나님의 동역자요,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
그러다 3년 전 나는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죽음 앞에 섰었다. 이것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이니 마음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사나 죽으나 나는 예수님의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으로 온갖 죄를 짓던 추악하고 별 볼 일 없는 한 인생을, 복음을 만나 이토록 존귀한 사명자의 삶으로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원문기사링크 http://bit.ly/1T0fbU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