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세계 각국의 유능한 학생들이 몰려오는 곳이다. 고등학교 시절 영어가 부족했던 나는 밤 10시 반에 소등하는 기숙사에서 불빛이 새지 않게 수건으로 가리고 공부했다. 3개월이 지나 말이 들리기 시작하였고 그 때부터 학교생활에 즐거움도 느꼈다.
성적도 좋았고 내가 쓴 글이 미국 신문에도 실려 큰 상을 받으며 상원의원으로부터 축하의 편지도 받았다. 학과 외 활동도 열심히 하여 학교 내 국제클럽 회장, 축구팀의 주장도 했고 학교의 추천으로 미국 대통령상도 받았다. 전교 1등 졸업은 가장 큰 영광이었다.
그 때부터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내가 최고라는 생각도 들었다. 부족함 없이 자랐는데도 돈을 많이 벌어 크게 성공해야겠다는 욕심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내 마음에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고 한국에서는 새벽 기도도 참석했지만 뉴욕에서는 새벽 기도는 고사하고 성경조차 읽지 않았다. 영적인 것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세상이 내겐 더 크게 보였다. 그렇게 하나님과의 관계는 끊어진 채 그저 내 욕심만 키워가고 있었다.
교회를 다녔고 예수님을 알았던 것이 오히려 나를 불편하게 했고, 세상과 하나님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이 정말 괴로웠다. 너무 힘들게 1학년을 보냈다. 이 갈등 속에 1년 휴학을 하고 곧바로 귀국해 교회 기숙사로 들어와 신앙훈련을 받았다.
교회에서 기도도 많이 하고 말씀도 많이 읽다 보면 갈등도 자연 해결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교회 훈련은 말씀과 기도 외에 모든 일, 심지어 노는 것까지 형제들과 함께 하는 것뿐이었다. 정말 특별한 것이 없는 특별한 훈련이었다. ‘내 것’이란 자체가 없었고 모든 것이 ‘우리’ 였고 ‘주’ 였다. 관점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어느 날 목사님께서 빌립보서 말씀을 하셨다. 바울은 주를 위해 세상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겼다며 이 세상 모든 것은 썩는 것이라 하셨다. 이 말씀으로 새벽기도를 하는데 내 실상이 정확히 보였다. 그동안 나는 썩는 배설물만 계속 만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말씀으로 세상과 주님 앞에 동시에 섰다. 갈림길 중간에 서 있는 나에게 하나님께서는 ‘정말로 너의 주인이 누구냐?’ ‘네가 어느 곳으로 갈 것이냐?’고 물어보시는 것 같았다. 그 때 나는 알았다. 영원한 것을 모르고 세상에서 출세를 하겠다고 내 힘으로 발버둥 치며 나를 위해 달려가는 삶 자체가 예수님을 믿지 않는 죄였다. 그래서 진정한 가치에 눈이 보이니 선택은 너무나 간단해졌다.
신앙 훈련 중 교회 지체 분들과 멕시코 단기선교를 떠났다. 숙소는 공사장 시멘트 바닥이었고 음식에서 벌레가 나오고 빗물로 밥하고 양치하고 설거지하는 최악의 환경이었지만 정말 신기한 것은 그런 것이 전혀 상관이 없었다. 매일 복음을 전하고 그 곳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오직 한 영혼이라도 살리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분들을 통해 이 척박한 땅에 복음이 번질 것이 너무 기대 되었다. 이제 돈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나처럼 허황된 꿈을 꾸는 친구들에게 복음을 들려준다. 오직 보이는 것을 위해 살았던 나를 영원한 것을 위해 살 수 있도록 변화시켜주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드린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원문기사링크 http://bit.ly/1t3wh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