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열심히 운동하면 비행기도 타고 외국도 갈 수 있는데 한번 해볼 사람 있냐?” 초등학교 4학년 때다. 담임선생님의 유혹에 이끌려 탁구 선수가 됐다. 혹독한 훈련과 승자만이 인정받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는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 는 좌우명을 가지게 했다. ‘독종’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나는 신체조건이나 체력, 운동신경까지 다른 사람에 비해 뒤떨어져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혼자 남아 개인훈련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노력으로 고등학교 때 전국대회에서 우승했다. 마침내 청소년 국가대표가 되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비행기를 타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청소년탁구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개인복식 2위, 개인단식 3위라는 영광도 얻었다.
그때부터 행복의 시작인 줄 알았다. 졸업하면 교사로 의무 발령을 내준다고 해서 국립대 사범대학에 입학했는데 갑자기 임용고시에 합격해야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법이 바뀐 것이다. 지긋지긋한 경쟁을 또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해졌다. 그러나 새로운 목표가 생기니까 나의 근성과 승부욕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같이 마시던 술을 끊고, 친구도 만나지 않고 시험 준비에 올인해 높은 경쟁을 뚫고 임용고시에 합격했다.
교사로 발령받은 뒤에도 승부욕은 그칠 줄 몰랐다. 탁구부를 창단해 1년 만에 전국소년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유능한 교사로 주위의 주목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이렇듯 앞만 보고 달려가는데 나의 모든 가치관과 신념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일이 생겼다. 철저히 믿었던 지인에게 예기치 못한 엄청난 배신을 당한 것이다. 내 인생을 뒤흔든 큰 시련이었다. 혼자 이겨낼 힘조차 없어 매일 밤을 술로 달래며 고민할 때 동생의 간곡한 부탁에 춘천 한마음교회 주일예배에 처음 갔다.
교회에 다닌 지 3개월쯤 지날 때부터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들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 그동안 세상에서 내가 지은 죄들이 영화 필름 돌아가듯 계속 보이며 며칠 동안 통회의 기도가 나왔다. 그리고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이 그대로 내게 임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 말씀의 ‘세상’이라는 단어 대신 내 이름 ‘장재희’가 들어가며 하나님의 사랑이 부어졌다.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았다.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확실한 증거를 통해 하나님 사랑이 확증되는 순간이었다.
십자가와 부활 사건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였다는 사실이 너무나 명확해졌다. 초·중·고 교과서와 사회과 부도 연대표, 백과사전 등 수많은 서적에 예수님이 죽으시고 부활하셨다고 기록되어 있음을 확인했을 때 나의 믿음은 더욱 견고해졌다.
그동안 안개처럼 뿌옇던 하나님의 실존과 믿을 수 없었던 성경 말씀이 예수님의 부활로 믿어지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천국과 지옥도 의심의 여지없이 선명해졌다. 예수님을 모를 때는 내 인생의 주인은 당연히 나라고 생각했다. 아니, 나였다. 내 마음대로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나의 만족과 욕심을 위해 살았는데 부활을 통해 내 인생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예수님이었음을 정확히 알게 되니 그저 감사의 눈물만 나왔다.
그때부터 영혼에 대한 뜨거움이 생겼다. 근무하는 학교마다 기독 동아리를 만들어 성경 공부와 예배를 드리며 학원 복음화를 위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음을 믿기에 오늘도 주님이 주신 비전을 품고 달려간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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