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아이 임신 7개월 째, 난소에 큰 혹이 발견되었다. 병원에선 임신 중에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할 수 없어 제왕절개수술을 한 후 조직검사를 한다고 했다. 수술하기 전날, 암보다 호르몬 이상으로 난소가 커졌을 확률이 높다 하여 제왕절개수술이 취소되었다.
36주5일 만에 둘째를 낳았다. 그 후 내 얼굴은 갈수록 핏기가 없어지고 식은땀과 고열이 계속되어 검사를 했는데 혈액암 악성림프종 4기 진단을 받았다. 난소 양쪽 암 덩어리는 19센티, 15센티로 커져 있었고 간, 부신, 복부 뒤 장기까지 전이되어 있었다.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생겼나 하는 생각에 눈물만 나왔다. 마음을 추스르고 병원 안에 있는 기도실로 갔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내가 병원에 왜 왔는지 말씀으로 새로운 기쁨과 확신을 주셨다.
얼마 후 같은 병실에 간암 말기로 투병했던 아주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병실로 찾아갔다. 복수가 차고 다리는 퉁퉁 부었고 얼굴은 검게 변해 있었다. 정말 살려주시길 기도하며 복음을 전했는데 다음 날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복음을 전하게 해주신 것이다. 죽음 앞에 있는 한 영혼도 놓치고 싶지 않으신 하나님의 마음이 보였다. 그 후 만나는 사람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복음을 전했다.
어느 날 큰아이가 아파서 입원을 시키는데 갑자기 생각이 치고 들어왔다. 내가 암에 걸린 것, 아직 어린 아이들, 챙겨야 할 친정과 시댁 식구들에 대한 염려가 물밀 듯 밀려왔다. “하나님 아버지, 저에게 왜 이리 아픔을 주시나요? 우리 가정은 왜 이리 답답합니까?”
다음 날 새벽에 간절히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한다는 말씀을 주셨다. 순간 성경대로 죽으시고 성경대로 부활하셔서 지금도 살아계신 예수님이 생각났다. 그 예수님을 무시한 채 ‘내 생명, 내 자식’ 하며 다 필요 없다고 고개를 빳빳이 든 채 하나님께 대들고 있는 악랄한 내 중심이 보였다. 하나님의 원수였던 나 같은 자를 위해 이 땅에 예수님을 내어주시고 부활시키어 온 천하에 예수님이 창조주, 하나님이심을 보여주셨음에도 이분을 믿지 않는 나의 중심은 너무나 악했다.
이런 자에게 회개하라는 말씀을 주신 그 크신 사랑 앞에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하나님 아버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진정한 회개가 터져나왔다. 예수님이 진정한 나의 주인이 되니 그동안의 모든 상황들이 단숨에 깔끔히 정리되었고 내 신분도 정확해졌다. 이미 주 안에서 나는 다 가진 자였고 죽음, 인간관계, 물질 등 모든 부분에서 진정한 자유함을 누릴 수 있었다.
무균실에 입원했을 때 그곳에서 백혈병으로 입원한 프랑스인과 20대 초반의 젊은 여자 아이에게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했다. 감당하기 힘든 항암제를 맞고도 복음을 전하며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였다. 투병기간 내내 나와 아픔을 같이해준 교회 지체들은 무엇보다 내겐 큰 힘이 되었다.
응급 상황이 생길 때마다 주위의 지체들은 아이들과 살림살이를 봐주었고, 공동체는 합심하여 기도해주었다. 응급실로 실려갈 때는 자신의 생명을 드리겠다고 눈물로 기도해주기도 했다. 지극히 작은, 아무것도 아닌 자에게 어떻게 이런 사랑을 주셨는지 지금 생각해도 감사와 감격을 누를 수 없다.
지금 나는 완치 판정을 받고 초등학교 교사로 복직하여 출근하고 있다. 이제 나의 제2의 인생은 공동체와 함께 부활의 증인으로 전력 질주하는 일만 남았다. 지금까지 인도해주신 삼위일체 하나님의 크신 사랑에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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