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늘 나를 때리던 오빠에게 한번은 강하게 대들었는데 놀라며 슬쩍 물러서는 걸 보면서 그때부터 나는 ‘무조건 이겨야만 한다’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가 되었다.
언젠가 고모 댁에 갔는데 나를 본 어떤 동네 어르신이 “거 참, 우리 큰며느리 삼으면 딱 좋겠네” 하신 말씀이 계기가 되어 지긋지긋한 집에서 도망치듯 결혼을 했다.
종갓집 큰며느리로서 수많은 제사, 시아버지 병수발, 시동생들 뒷바라지, 친척들 대소사까지 몸을 아끼지 않고 섬겼다. 그런데 시댁은 누가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무당을 불러서 굿을 했다. ‘아, 맞다! 예수를 믿으면 굿도 안 하고, 제사를 안 지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어머니, 저희 예수 믿으면 안 될까요?” 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시어머니는 “그래라. 나는 참 힘들게 살았다만 느그라도 참말로 잘 살았음 좋컸다” 하셨다. 그때부터 시어머니와 나는 집안 어른들에게 핍박과 시달림을 받았지만 가장 큰 고민이었던 제사 문제는 해결되었다.
아이들은 누구보다 잘 기르고 싶어 뒷바라지에 모든 것을 투자했고, 남편에게 함부로 하였지만 누가 우리 가족을 우습게 여기는 꼴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내 이름처럼 나는 이길 자, 동네 어떤 사람도 나를 이기지 못했다.
교회에 나가면서부터 예배, 헌금, 봉사 등 참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전세금을 올려 건축헌금을 드렸고 폭우가 쏟아져도 어린 삼남매를 깨워 새벽예배에 참석하며 매주 성경 백장을 읽었다. 그러니 천국에 가는 것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알 수 없는 마음속 허전함과 풀리지 않는 숙제 같은 것이 늘 있었다. 언젠가 둘째 딸이 울먹이면서 “엄마! 나 바리새인이었어” 하며 전화를 했다. 그러면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내게 복음을 전했다. 평소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니, 그보다 다 알고, 다 믿고 있던 내 생각들이 이상하게 나를 더 정신없이 만들었다. 그때부터 딸을 변화시킨 부활복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말씀으로 교제하던 중에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니, 30년이나 한솥밥을 먹고 살았던 형에게 “주 예수 그리스도의 종 야고보”라고 고백하는 것이었다. 야고보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본 것이 확실했다. 그때, 예수님의 부활을 한 번도 의심 없이 믿었던 내 믿음은 결국 증거 없는 신념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부활하심으로 예수님은 지금도 살아계신 하나님이 너무나 확실했다. 반드시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고, 상대가 굴복할 때까지 더 강하게 굴었던 나였다. 내 자식은 최고여야만 했고, 남편은 무조건 무시했던 나였다. 이것이 내가 주인 되었던 악랄한 마귀 중심인 나의 실상임이 보였다. 잘 믿는다고 생각했지만 내 안에는 예수님이 없었다.
내게 예수님은 나를 치장할 때 쓰는 액세서리에 불과했다.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 서고 보니 나의 죄가 그대로 드러났다. “하나님,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가 예수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만이 나의 주인이십니다.”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나의 참 주인을 만나니 제일 먼저 남편 생각이 났다. 40년 동안 정말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런데 “나같이 부족한 사람 만나서 지금까지 살아준 당신이 오히려 고마워” 하는 남편의 말에 와락 눈물이 쏟아졌다. 삶이든 자식이든 최고이길 바랐고 무조건 이겨야만 직성이 풀렸던 내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기쁨으로 복음을 전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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