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들이 결혼만 하면 누구보다 며느리에게 잘 해주리라 다짐하며 완벽한 시어머니가 될 준비를 다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흔이 넘은 아들은 장가 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들 얼굴만 봐도 답답하고 잠 자다가다도 벌떡 일어나 찬물을 들이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며느리가 될 여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 때 나는 며느리감을 보고 천사가 들어오는 줄 알았다. ‘나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고민 끝, 행복 시작!’ 너무나 행복했다.
결혼 후 집안사정상 아들 부부와 같이 살게 됐다. 일을 마치고 들어오면 며느리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해주는 게 낙이었다. 냉면을 먹고 싶다고 하면 즉시 양념장과 면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 놓았고, 육개장이나 삼계탕이 맛있다고 하면 며칠씩 끓여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며느리는 내가 준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 “어머니, 이제 그만 하세요. 먹지도 않으니 다 썩잖아요.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제가 해서 먹을게요”라며 자기들끼리 따로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손자를 낳았는데 너무 예뻤다. 어느 날 아들이 “아기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했다.
다음 날 정신없이 병원에 달려갔는데 며느리는 면회거부 신청을 해 놨고, 병실도 알려주지 않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 아들 부부는 교회를 나갔는데 어느 날 며느리가 교회 수련회에 다녀 온 후 내 앞에 앉았다. “어머니, 그 동안 제가 예수님을 믿지 않고 제가 제 삶의 주인 되어서 어머님 아버님께 못되게 굴었어요. 힘들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 용서해 주세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좀 당황했지만 진심 어린 말에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석가모니는 죽었지만 예수님은 부활하셨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며 함께 교회에 나가자고 전도했다. 가족의 화합을 위해 교회를 나가기로 했다.
매주 교회를 다니며 성경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판단과 정죄 하지 말라’는 말씀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며느리가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쟤 또 왜 그래”라며 정죄하게 됐고, 교회 가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들었다. 이러기를 반복하는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
어느 날 한 형제의 간증을 들었다. 상대방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어디서나 폭언과 폭력을 가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때 갑자기 ‘자기 마음’이라는 단어가 맴돌면서 한 집에 살면서도 내 마음과 생각으로 판단하며 며느리와 소통을 단절했던 지나온 삶이 비춰졌다. ‘아, 나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동안 내가 왕 노릇하며 자식과 며느리를 내 것이라 움켜쥐고 내 마음대로 생각했던 죄가 그대로 비춰졌다. 나는 즉시 눈물로 회개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 예수님을 믿지 않고 제가 주인 되어서 산 죄를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제가 주인 되어서 살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예수님만을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믿고 살겠습니다.”
집에 돌아와 며느리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다. 이렇게 주님께 엎드리니 내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트에 갈 때도 “뭐 먹고 싶은 거 없어”라고 물으면, 며느리는 “어머니, 두부 한 모만 사다주세요”라고 한다. 며느리가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 나가서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아도 나는 걱정하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이고 걱정하지 마. 예수님이 부활하셨어. 예수님이 애들의 주인이야. 맡겨 그냥.” 단절됐던 우리 가정을 복음으로 회복시켜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린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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