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수녀로 살겠다고 결심한 나는 21살에 수녀원에 들어갔다. 4년의 고된 수련을 마치고 수녀가 되기 직전 대(大)침묵기도로 준비하는 동안 뜻밖의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나는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미련한 다섯 처녀였으며, 구원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말씀이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결국 10여년 가까이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그 길이 평생을 드릴 만큼의 진리는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혼을 앞두고 사주단자를 받던 날이었다. 하필 남편 될 사람과 산책하던 산이 갑자기 불바다가 되면서 헬기가 뜨고 우리가 앉아있던 주변은 온통 불타버렸다. 가까스로 빠져나왔지만 평탄치 않은 결혼생활을 예고라도 하는 것 같아 두려웠다. 역시 결혼 후 남편과 사사건건 다퉜고, 마음은 황폐해져갔다. 나는 수녀로서의 삶도, 결혼도 실패한 패배자가 됐다. 그러다 예수님의 공로로 값없이 구원은 이루어졌고, 영접만 하면 구원을 얻는다는 말에 확신을 얻고 기독교로 개종했다. 그러나 시간이 가도 남겨진 것은 바뀌지 않는 삶과 반복되는 신앙훈련뿐이었다. 이때 함께 훈련을 받던 친한 동생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았다. 동생의 죽음은 내 신앙의 현주소를 낱낱이 보게 해줬다.
힘든 시간을 보낼 때 한 친구가 어느 자매님의 간증을 전해줬고 그 일을 계기로 딸아이 담임 선생님을 통해 복음을 들었다. 선생님은 모든 사람들에게 믿을만한 증거, 부활을 통해 예수님이 하나님이심과 성경의 모든 말씀을 믿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씀은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체험이나 깨달음을 통해 하나님을 알아가고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나님의 방법은 그게 아니었다. 사도행전에 보니 정말 예수님이 부활하셨다.
‘성경의 모든 말씀을 믿을 수 있도록 부활을 역사에 기록해 놓으신 거구나! 그래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도마도 베드로도 바울도 예수님을 전하다 죽기까지 사명을 감당했구나. 내 의지로 믿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은 부활을 통해 모든 말씀에 아멘 할 수 있도록 해 놓으셨구나!” 2000년 전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의 마음이 나에게 그대로 임했다.
그리고 그분의 생명 건 사랑이 내 마음으로 전해졌다. 십자가에 죽으심과 부활을 통해 그 분의 사랑 앞에 서게 되니 내가 그동안 예수님이 당하신 십자가의 고통이나 그분의 사랑에 대해 얼마나 무감각했는지 그대로 비춰졌다. 통곡하며 회개할 수밖에 없었다.
수녀일 때는 세상의 모든 것을 끊고 고행하면서 하나님께 인정받으려 노력했고, 기독교로 개종해서도 각종 훈련을 통해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이루고자 무던히 노력했었다. 그러다가 결국 내 뜻대로 되지 않자 하나님을 원망하며 살았었다. 하나님께서는 확실하고도 정확한 증거를 주셨는데도 나는 그동안 귀와 눈을 막고 살았던 것이다. 바리새인처럼 하나님 마음을 모르고 오직 나의 의를 위해 살아왔던 것이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영원한 주인으로 모시니 혼미했던 눈이 밝아지며 새 소망이 부어졌다. 주님이 날 사랑 하셨듯이 남편을 사랑하게 되니 싸움이 그치고 가정에 평화가 찾아왔다.
인생의 참 진리를 찾아 나섰지만, 해답도 없는 인생의 문제 앞에 방황하던 나를 만나주신 예수님! 남은 인생, 그 분을 위해 사는 삶이 마땅함을 고백한다.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거 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했던 바울처럼 사명자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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