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나는 누나와 동생에 비해 공부도 못하고 소심한 사람이었다. 제대 후 어렵게 재수를 했고 대학에 가서도 사법시험 준비로 기나긴 고시원 생활을 했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오랜 기간 나와 동생을 뒷바라지 하시던 부모님은 파산 위기까지 맞게 됐고, 어머니 건강도 날로 악화 됐다. 인생이 처음부터 잘못 됐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접고 싶어 관악산 자살바위까지 가기도 했지만, 빚으로 부모님의 마지막 남은 집이 헐값에 넘어가는 것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목회자 아내인 누나는 내가 제대하자마자 어떤 교도관 장로님이 쓴 책을 선물하며 교도관이 되길 바랐다. 그 땐 한마디로 무시했었는데, 결국 누나의 말대로 교도직 시험에 합격하고 낯선 춘천으로 발령을 받았다.
누나의 권유로 한마음교회에 출석했지만 신앙은 미지근했다. 그러나 공동체의 진정한 섬김과 사랑, 그리고 목사님의 직설적인 설교와 진실한 모습에 마음이 녹았고 어느새 예수님의 부활에 집중하고 있었다.
부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중, 예수님의 제자들의 모습이 부활 전과 부활 후에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도 죽음 앞에서 그 차이가 선명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들이 예수님의 부활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 나는 이 사실 앞에 예수님이 정말 부활하셨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부활이 믿어지니 예수님이 누구신지 확실해졌고 세상이 어둠임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 나의 삶이 왜 이렇게 고통스럽고 비참했는지, 그 이유 또한 명확해졌다. 어둠 가운데 있던 나에게 한 줄기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나는 바로 하나님께 회개하였다. “하나님 이 강퍅한 죄인을 용서해 주세요. 명백한 증거인 부활 앞에서도 내가 주인 되어 썩어질 세상의 성공만을 위해 살았던 저를 용서해 주세요. 예수님은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십니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나니 이 세상에서 겁 많고 소심했던 나는 어느 새 담대한 사명자로 변해 있었다. 어느 날, 공황장애로 힘들어 하는 수용자가 자신을 죽여 달라고 쇠창살에 머리를 박으며 난동을 부렸다. 예수님을 몰랐던 과거가 오버랩되면서 어둡고 힘든 삶이 느껴져서 눈물, 콧물로 범벅된 수용자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하소연을 들어주자 진정이 되어 복음을 전하였다. 어린 수용자들의 불만도 다 들어주니 ‘친형처럼 한다’ 고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어느 겨울, 쌀쌀한 날씨의 출근길이었다. 맞아 주는 가족도 없어 혼자 출소하는 어린 수용자와 마주쳤다. 내가 많이 혼내 얼굴을 찡그릴 줄 알았는데 밖에서 보니 이상하다며 한번 안아 봐도 되냐고 했다. 나는 즉시 다시는 만나지 말자며 와락 안아 주었다. 그는 고맙다며 꼭 교회에 가겠다는 약속을 하고 아쉽게 떠나갔다.
또한, 국민일보에 연재된 간증을 통해 복음을 접하던 수용자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어느 수용자에게 교회 책자를 주었더니 그분이 그 책으로 같은 방 수용자들과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자신의 억울함만을 호소하던 수용자들이 교도소에서 자신의 죄를 회개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은 나를 감동시켰고 지금도 눈앞에 생생하다.
창살 없는 감옥 같았던 내 어둠의 인생에서 예수님을 믿게 되어 누리게 된 이 자유를,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높은 담장 안 창살 속에 갇힌 수용자들과 진정한 하늘 가족이 되는 그날까지 담대하게 푯대만 바라보며 달려가리라.
원문기사링크 http://bit.ly/2t4OA0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