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리산 산자락을 뛰어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자연을 보며 분명히 절대자가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누군지, 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어떻게 해야 만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답을 정확히 모르니까 사는 동안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할지 정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대학에 가서 난생 처음 복음을 듣게 됐다. 역사 속에 있었던 예수님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심으로 내가 찾았던 창조주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나에게는 신앙생활이 전부였다. 교사 발령을 받은 후에 해마다 반 전체 아이들에게 예수님을 전했고, 신우회를 세우기도 했다. 퇴근 후에는 교회 기숙사에 살면서 청년들을 양육했다. 그러던 중에 결혼을 하고 첫째 딸, 둘째 아들을 낳았다.
직장생활도 보람 있게 하고, 교회 봉사도 열심히 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을 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내 인생에 전혀 계획이 없던 셋째를 임신한 것이다. 셋째가 태어난 후 휴직을 하고 아이 셋을 키우며 몸이 힘들기도 했지만 더 힘든 것은 한 번 밖에 없는 값진 내 인생이 덧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남편에 대한 원망과 아이들에 대한 짜증이 더해 갔고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이어지기도 했다. 몸이 안 좋아서 한의원에 갔더니 화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럴 즈음 교회에서 “하나님께서 회개하기를 바라시는 근원적인 죄는,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지 않고 자기가 주인 된 것”이라는 말씀을 듣는데, 하나님께서 “너는 죄가 뭔지 아니” 라고 물으시는 것 같았다. 이 질문 앞에서 도망갈 수도 없게 그동안 원망으로 가득 차 있던 내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버렸다.
예수님이 하나님과 동등하신 분이지만 하늘나라의 모든 영광을 버리고 종의 형체를 입고 이 땅에 오셨다는 말씀 앞에서 내 마음이 멈췄다. 이분은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신 우리의 주인이신데, 나는 내 인생이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심장이 터질 만큼 답답해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중심은 예수님이 천국을 버리고 이 땅에 오셔서 생명까지 주셨는데도, 천국을 통째로 다 주셨는데도,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라고 내 계획과 다르다고 거부하며 원망하는 너무너무 악한 내 마음이었다. 예수님 당시에 자신들이 기대했던 메시아의 모습이 아니라고 하나님이신 예수님을 처참하게 못박아 죽였던 유대인의 마음과 똑같았다.
내가 죽어야 할 그 자리에 나 대신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 이분이 오셔서 모든 것을 다 이루시고 우리의 주인이심을 정확히 보여주셨는데도 이분을 믿지 않고 여전히 내가 주인된 것은 하나님의 모든 것을 짓밟는, 말로 할 수 없이 크고 무서운 죄였다.
이런 중심으로 그동안 하나님 앞에서 찬양을 하고, 예배를 드리고, 봉사를 했었다니, 예수님이 흘리신 피를 온 몸에 바르고, 그 독생자를 주신 하나님 앞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이 악함을 어디에 비할지. 마귀보다 더 악한 자가 바로 나였다. 마음을 다해 하나님 아버지께 회개하고 예수님이 나의 왕, 나의 주인이심을 고백했다. 그리고 최고로 가치 있는 인생은 무엇을 하든지 주님과 사랑으로 동행하는 인생임을 알게 됐다.
지금 나는 교단은 떠나왔지만 하루도 잊지 않는 곳이 우리나라 학교다. 우리 아이들이 올바르게, 믿음으로 자란다면 우리의 미래는 황금빛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주님께서 허락하신 나의 모든 것을 예비교사 양육에 쏟아 붓고 있다. 나의 모든 삶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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