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성악가의 꿈을 키웠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엄두를 못내다 재수하면서 성악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의 응답으로 기적같이 음악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토록 원하던 꿈을 이뤘는데도 마음은 허전했다.
술 담배 이성 밤문화를 즐겨봐도 만족함이 없었고, 노래실력이 좋아질수록 화려한 무대에 대한 동경과 해외 유학의 꿈은 커졌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한숨만 늘었다. 하나님께 영광 돌리겠다던 음악은 우상이 돼 갔고 성가대 솔리스트로 사례비를 받으면서부터 교회는 음악활동하는 곳일 뿐이었다.
시립합창단원이 되고 결혼하면서 이젠 좀 안정이 되는가 싶었는데 삶의 문제에 또 부딪혔다. 나처럼 성악을 공부했던 남편은 음악을 포기하고 직장을 구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런 남편에게 “우리 함께 기도하자”고 했더니 남편은 자신은 모태신앙이지만 하나님이 살아 계신지조차 모르겠다고 대답을 했다. 그 대답은 우리 부부 서로에게 충격이었다. 우리 부부는 다른 문제는 다 내려놓고 하나님부터 찾자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 때 삶 속에서 말씀으로 고민하며 진짜 삶의 변화를 보여주었던 한 친구와 대화하면서 신앙의 문제는 남편의 문제뿐 아니라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그 때부터 수없이 반복하시는 목사님의 설교말씀이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다.
“예수님을 다시 살리신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다. 예수님께서 보여줄 표적은 요나의 표적, 부활밖에 없다고 하셨다”는 말씀이었다. 부활로 예수님이 하나님이심을 확증하는 것인데 나의 믿음의 근거는 엉뚱한 것들이었다. 그러니 항상 세상 앞에 흔들리는 신앙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부활하신 주님 앞에 서게 됐다. 그분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 회개 뿐이었다. 하나님이 아들을 이 땅에 보내셔서 다 이뤄 주셨고 믿을 수 있도록 증거를 주셨는데 어떻게 그 아들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지 않을 수가 있냐고, 믿는다고 하면서도 자기가 주인되어 사는 악한 중심을 정확히 찔러주시는 말씀을 들으면서 나의 마음엔 예수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왕이신 예수님 내 안에 오시라고 얼마나 많은 찬양을 불렀었는데 내 안엔 그저 나 자신만 있고 내 마음에 원하는 대로만 살았던 것이다. 나는 끝도 없이 높아지려고, 사람들에게 박수 받고 영광을 얻으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 예수님께서는 하늘 영광을 다 버리고 이 땅에 오시고 또 어떻게 이 마음에 들어와 영원히 함께 하겠다고 하시는지 참 감당할 수 없는 사랑이었다.
‘내 마음의, 내 재능의, 내 인생의 주인은 오직 예수님이십니다.’ 그 후부터는 이 마음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었다. 그 이후로 나의 삶은 자연스럽게 전도와 양육에 맞추어지게 됐다. 한번은 같은 동네 언니에게 복음을 전했는데 그 언니가 예수님을 믿게 되면서 그간 시어머님께 잘못했던 것에 대한 용서를 구하며 부둥켜 안고 눈물로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그러고 2년쯤 후에 그 언니는 예전에 앓았던 암이 재발되어 위급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병원에서 만난 언니는 나에게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찬양을 불러달라고 했고, 나는 언니 앞에 쪼그리고 앉아 찬양을 불렀다. 어떤 화려한 무대도 부럽지 않은 최고의 무대였다.
한 때 음악을 통해 세상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노래할 것을 꿈꾸던 나는 이제 영원한 하늘나라에서 부활하신 주님께 발성법도 필요 없고 악보도 필요 없이 영원토록 아름다운 찬양으로 영광 돌릴 것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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