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나를 ‘정신없는 강태정’이라 불렀다. 늘 공중에 붕붕 떠다니는 것처럼 정신이 없었다. 우산이나 핸드폰은 물론, 책가방을 버스에 놓고 내려도 이튿날까지 몰랐고 토요일에 늦었다고 콜택시를 불러 텅 빈 학교에 허둥지둥 가기도 했다.
그뿐 아니다. 내가 지나간 자리는 늘 달팽이집 같았다. 방엔 치우지 않은 음식물과 쓰레기, 벗어 놓은 옷들, 책상 위에 이불, 침대 위에는 책과 옷이 널려 있었다. 그러니 신뢰도 받지 못했다. 말도 정신없이 했고 무슨 일이든 참견을 했다. 친구들은 ‘폭풍 오지랖’이라고 놀렸지만 세상은 정말 재미있고 인생은 즐거웠다.
신앙생활도 정신 없었다. 새벽기도에, 중·고등부 찬양팀에, 학교에선 작은 교회 예배에도 참가하고 어디나 끼어들어 늘 남 앞에 나섰다. 대학생이 되어 ‘전도해야겠다’고 나갔다가 친구들과 어울려 밤새는 줄 모르고 놀기도 했다. 신앙의 재정비를 하자고 단단히 마음먹고 집에서 나와 훈련을 받기 위해 교회 기숙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해진 규칙과 생활에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3일 만에 팝콘처럼 튀어 나왔다. 채 풀지도 않은 짐을 싣고 다시 집에 오니 ‘이건 뭔가. 나한테 진짜 문제가 있나’라며 처음으로 신앙의 위기감을 느꼈다.
모든 상황을 하나님께 직접 여쭤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기도했지만 예수님도, 하나님도 보이지 않고 그냥 뿌옇기만 했다. 그때 비로소 내가 막연한 대상을 믿고 있었음을 깨닫고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말 예수님을 만나고 싶었다. 밤새 춘천 시내를 울며 걷다가 ‘나를 찾는 자는 반드시 만나주신다’는 약속만 붙들고 엎드렸다.
그렇게 눈물로 몸부림치는 중에 답이 딱 보였다. 나는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성경 말씀도 잘 알고 신앙생활도 열심히 했지만 정작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나중에 예수님을 만나면 ‘너는 누구니’라고 물어보실 것 같았다. 간절한 마음으로 4복음서를 읽는데 예수님의 말씀, 예수님의 행동을 통해 너무나 좋은 그분의 인격이 보이기 시작했다. 간음한 여인을 대하시는 예수님을 보면서 ‘이분만 만나면 정말 내가 살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는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라는 로마서 말씀이 마음에 들어왔다.
성경의 예언대로 2000년 전에 이 땅에 오셔서 죽고 부활하신 예수님. 그분이 바로 전능하신 하나님이셨다. 그동안 예수님의 부활이라는 사실에 내 느낌을 섞고, 내가 감격을 해 보려고 하던 노력들이 걷히면서 예수님의 부활이 내게 실제가 됐다. 정말 충격이었다.
부활이 확증되는 순간 내가 스스로 주인이 돼 세상 것들을 마음에 가득 채우고 전능자와 비기려 했던 나의 실상이 보였다. 내가 바로 예수님을 버린 지옥 갈 죄인이었다. 나는 즉시 내가 주인 됐던 자리에서 내려 올 수밖에 없었다. “마땅합니다. 주님, 잘못했습니다. 이 자리는 제 자리가 아닙니다. 주님의 자리입니다.”
그분께 굴복되니 혼미가 걷히고 모든 것이 변했다. 말투 외모 성격이 안정됐고 정신없는 삶도 깨끗이 정리됐다. 옷은 옷장에, 책은 책꽂이에, 이불은 장롱에 있었고, 내가 만나는 영혼들에게 예수님을 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열리고 진정한 동행이 시작됐다. 정신없어서 살 수 없었던 교회 기숙사에도 다시 돌아와 교회 공동체와 함께 푯대를 향해 기쁘게 달려간다. 그동안 정신없던 나를 사명자로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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