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5개월 만에 할아버지를 잃은 아버지는 아픔이 많은 분이었다. 결혼 후 탄광에서 일하다 갱도가 무너져 크게 다쳐 보상금을 받았고, 우리 가족은 서울로 이사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다섯 식구 부양에 너무 힘겨워했다. 어려운 경제, 배우지 못한 좌절, 일 할 수 없는 무력감, 모든 고통과 상처를 잊는 유일한 도피처는 술이었다.
난폭해진 아버지는 어머니를 의심하고 추궁하며 폭력을 가했고, 가끔 이성을 잃으면 식칼이나 곡괭이, 낫 등을 들고 가족들을 찍으려고도 했다. 집안 곳곳은 칼자국, 곡괭이 자국이 수없이 났다. 계속되는 아버지의 폭언과 폭력, 술주정으로 어머니의 몸과 마음은 병들어갔다. 게다가 불의의 사고로 20대의 두 외삼촌을 잃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죽음까지 연속으로 겪으면서 어머니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다. 결국 어머니는 내가 고1때 뇌출혈로 쓰러졌다. 대학에 다니던 누나는 심리상담과 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형은 오랜 시간 방황했다. 우리 가정은 돌파구 없는 캄캄함 그 자체였다.
그런 우리 가정에 하나님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춘천교대에 입학해 한마음교회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기숙사에 들어가 매일 예배를 드리고 교제하면서 신앙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목사님이 우리가 하나님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사람으로 인간의 역사 속으로 찾아오셨는데, 우리가 알 수 있도록 구약에 미리 예언해 놓으셨다고 했다. 그 예언이 바로 죽은 자가 영원히 죽지 않는 몸으로 부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때 나는 만약 인류 역사에 부활하신 분이 있다면, 구약의 예언대로 그 분이 하나님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예수님이 정말 부활하셨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런 나에게 하나님께서는 부활을 직접 목격한 증인들을 보여주셨다. 죽음이 두려워서 예수님을 부인했던 베드로, 옆구리에 손가락을 넣어봐야 믿겠다던 도마, 우리 형이 미쳤다 했던 야고보. 예수님 믿는 사람들을 잡아 가두고 핍박했던 사울. 이들의 삶이 바뀌어 자기 목숨을 걸고 예수님의 부활을 증거하는 것을 정확히 봤다.
제자들이 자기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예수님의 부활을 전했던 단 하나의 이유는 그들이 직접 보고 들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수님의 부활은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었다. 정말 예수님은 나의 주인이셨고 나의 하나님이셨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니 왜 우리 가정이 이렇게 힘들었는지, 아버지가 왜 그렇게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사셨는지 정확히 이해하게 됐다. 그것은 우리 가정의 주인이 예수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비로소 나는 마음 중심에서 아버지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됐다. 어머니를 위해 기도한 지 7년 만에 어머니는 누나와 함께 교회에 출석하게 됐고, 첫 예배 시간에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 정말 놀라운 성령의 역사였다.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은 어머니는 변하기 시작했다. 밤을 새며 성경을 읽으셨고 스스로 신경안정제도 끊었다. 집 밖으로 자유롭게 오가며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나 전도도 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어머니의 아버지에 대한 마음의 변화였다.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이제 막 믿음의 걸음마를 시작한다. 웃음을 되찾은 우리 가정은 온 가족이 모여 김장도 하고, 명절에는 함께 예배를 드린다. 누나도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학교에서 기독교 특활반을 운영하며, 복음으로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있다. 방황하던 형은 천사 같은 형수님과 결혼해 두 아들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도저히 일어설 수 없던 가정을 일으켜 주시고 오늘도 동행하시는 주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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