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세상을 살기 위해선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하고, 사랑받아야 한다”고 늘 말했다. 자라면서 이 말이 내 가치관이 됐다. 열다섯 살에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어린 나이에 혼자 유학생활을 하기가 힘들었지만 남에게 잘 한다는 인정도 받고, 더 멋진 삶을 위해 규칙적이고 철저한 자기관리를 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학교 가고, 학교가 끝나면 8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다가 집으로 돌아와 또 간단한 운동을 하고 10시 전에 취침을 했다. 시간 관리뿐 아니라 몸매관리, 성적관리도 철저하게 해 저녁 6시 이후엔 아무 것도 먹지 않았고 시험 때는 새벽 2시에 일어나 공부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영어를 제외하고 모두 A학점을 받아 현지 친구들 보다 한 학기 일찍 학교를 졸업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칭찬에 마음은 늘 행복했다. 그런데 그런 생활이 계속되다보니 서서히 마음이 공허해지기 시작했다. 모든 일상이 습관이 되고, 혼자 있을 때면 삶의 회의감도 자주 들었다.
대학교 입학을 준비하던 때 부모님의 사업실패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유학을 다녀온 나에 대한 주변의 관심과 기대는 매우 높았다. 그 기대를 알고 있는 나는 더 강도 높게 스스로를 통제했고 그럴수록 지쳐만 갔다. ‘해야 하는데, 하기는 싫다.’ 이게 딱 내 마음이었다. 그러다 ‘내가 뭘 위해 이렇게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 우울하고 눈물도 났다.
진퇴양난, 최악의 상태로 치닫던 어느 날 캐나다에서 같이 교회에 다니던 언니를 메신저에서 만났다. 그리고 힘든 나를 한마음교회에 다니는 언니의 고모에게 소개시켜 줬다. 답답해하던 내게 그 분은 복음을 들려줬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해서 우리의 주인이 되었다는 말씀이 내 머리를 강타했고 그때부터 부활과 예수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요한복음을 읽는데 진짜 예수님이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하늘로 승천 하신 것이 사실로 눈에 확 들어왔다. 그 순간 ‘하나님께서 이 땅에 사람의 몸을 입고 오신다고 성경에 예언돼 있었는데 그분이 바로 예수님이구나. 그 분이 부활하셨으니 하나님으로 인정 될 수밖에 없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예수님 앞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죄를 모두 감당하시고 죽고 부활하셔서 나의 주인 되어주셨는데도 그 분을 믿지 않고 여전히 내가 만든 나, 내가 쌓아온 수고와 관심에만 허둥거렸던 모습이 보였다. 자기 관리를 잘해 칭찬받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고, 내 것을 놓지 못하겠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그걸 붙잡고 있는 네 마음에 나는 없지 않느냐. 내가 다시 너의 주인이 되어 너와 사랑하고 싶어서 이 땅에 와 죽고 부활했다. 두려워 말고 내 안에서 자유를 누리라” 하시는 것 같았다.
예수님을 주인으로 받아들이니 내 실상이 그대로 보였다. 정말 어이없었다. 인생의 주인 될 수 없는 자가, 인생의 관리자도 경영자도 될 수 없는 자가 참 주인의 자리를 탐하고 살았던 것이다.
드디어 진정한 자유가 임했다. 시간과 몸, 삶에 대해서 자유로워졌다. 그때부터 오직 주를 위한 내 인생의 시계 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공동체와 함께 새벽을 깨우고 건강한 몸으로 영혼들을 만나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예수님 안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진 자답게 이제는 남은 인생 내게 허락하신 자유로 주님만 사랑하고 주님께 받은 사명을 감당하며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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