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설움을 많이 받고 자라 술을 많이 마셨고, 가족들을 복종시키며 억압적이었다. “술 갖고 와” 하시면 그날은 온 식구가 밤새도록 무릎 꿇고 앉아 훈계를 듣거나 매를 맞는 날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오늘도 무사히 넘어갈까 늘 마음을 졸였고 겉으로 웃으며 아버지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다.
이런 가정환경과 힘든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찾아낸 방법이 독서와 심리상담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 후련한 마음을 주기는 했지만 정답은 아니었다. 독서와 상담이 근본적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문득 하나님 생각이 났다. 나는 같은 과 선배 언니가 교회에 가자고 귀찮게 따라다녀 ‘그래 내가 가준다. 가줘’ 하며 예수님을 영접한 적이 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임용시험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오자 신앙생활에 시간을 투자했던 게 오히려 후회가 됐다. 결국 대학 졸업과 동시에 짧은 신앙생활을 청산했다.
결혼 후 아들을 낳고 산후우울증이 찾아왔다. 건강이 나빠지니까 산후우울증은 이겨내기가 참 힘들었다. 아기가 배고프다고 울어도 멍하니 누워서 눈물만 줄줄 흘리며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살았다. 그럴 때 막내동생이 찾아와 다시 복음을 얘기했다.
“뭐, 부활? 그거 나도 잘 아는데”라고 대답했지만, 동생은 아랑곳없이 “누나, 예수님이 부활하셔서 지금도 살아계셔. 예수님의 부활로 모든 사람에게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는데도 믿지 않는 것이 죄야. 이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마음의 주인으로 믿어야 해. 예수님이 누나의 주인이야”라고 확신 있게 말했다. 사실 내가 예수님을 영접할 때 분명히 마음의 보좌에 예수님이 앉아 계신 그림처럼 살겠다고 선택했는데, 다시 내 삶을 돌아보니 마음의 보좌에 내가 주인 돼 앉아 있었다는 사실이 깨달아졌다. “이제 어떻게 하지?” 정신이 아찔했다.
동생의 간곡한 부탁에 한마음교회에 갔다. 목사님의 투박한 설교, 그리고 성도님들의 기쁜 모습이 가장 인상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집에 돌아와 마태복음을 읽던 중, 귀신 들린 딸을 살려달라고 부르짖던 가나안 여자의 고백이 내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다.
겉으로는 미소 짓고 있었지만 마음속은 원망 분노 우울로 썩은 시궁창 같았기 때문에 정말 살고 싶었다.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는 자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되자 말씀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음의 주인이 바뀌지 않는 한, 사람이 절대로 변할 수가 없다는 말씀을 듣고 내 마음은 완전히 무너졌다. 그 자리에서 그동안 예수님을 믿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살았던 죄를 눈물로 회개하고 예수님을 나의 참 주인으로 영접했다.
드디어 나는 내면의 모든 상처가 다 나았고, 건강한 새사람이 됐다. 무엇보다도 아버지와의 힘들었던 관계가 놀랍게도 회복됐다. 예수님께서 마음으로 미워하는 것도 살인이라고 하신 말씀이 들려 그동안 아버지를 미워했던 것을 회개했다. 마음에 쌓였던 미움이 딱 끊어졌다. 오히려 아버지를 위해 매일 기도하며 진심으로 섬기고 있다. 교사로서의 내 모습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나처럼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마음으로는 울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마음으로 싸 안고 기도하고,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우울증으로 죽은 것과 다름없던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부활하신 예수님 때문이었다. 오늘 내 감정과 내 느낌은 흔들릴지라도 하나님의 존재가 흔들릴 수는 없기에 오늘도 복음을 들고 주위 사람들과 사랑하는 아이들 속으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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