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가면 신앙훈련을 잘 받아야겠다고 늘 생각했지만 막상 캠퍼스를 밟으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학교에서 온갖 대표 자리를 맡았고, 주말에는 행사, 봉사활동 등으로 무척 바빴다. 자전거를 타고 춘천에서 서울까지 갔고, 기차표만 끊어 혼자 무전여행도 했다. 무모한 도전을 많이 하는 나를 주변사람들은 신기하고 대단하게 바라봤다. 나는 이런 삶을 통해서도 예수님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항상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모태신앙인데 말씀을 너무 모른다는 것, 하나님에 대한 막연한 믿음, 기도 응답이 있을 때만 하나님이 계시다고 확신했고, 평소에는 주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전혀 맺지 못했다.
어느 날 후배가 예수님에 대해 알려달라고 질문을 했지만 아무것도 전해 줄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확실한 답을 찾아 영국의 성경학교에 가기로 결심하였다.
영국 생활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종교적 차이를 이유로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자 신앙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그래도 말씀으로 해결 받고 싶어 ‘러브(love)’라는 단어가 들어간 성경구절을 모두 찾아 읽으며 기도했다. 그때 나를 위해 목숨을 버린 십자가 사랑이 너무 큰 은혜와 감격으로 다가왔다. 그날부터 나는 십자가 사랑만 생각하며 크신 은혜를 갚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죄를 짓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해도 또 회개할 거리가 생기고, 회개를 하고 또 해도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귀국을 앞두고, 복음 강의시간에 ‘복음’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노트 구석에 ‘그래서 복음이 뭔데?’라고 적고 있었다. 결국 답을 얻지 못하고 귀국했다. 복음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가슴에 안고 교사 임용시험 준비를 하던 중, 한마음교회 기숙사에 있는 친구를 만났다. 신앙훈련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어간 기숙사는 정말 좋았다. 그러나 교회에서 매일 듣는 ‘부활’ 말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느 날 기숙사에 같이 살던 동생에게 “왜 꼭 부활이냐”고 물었더니 “그리스도께서 다시 사신 것이 없으면 너희의 믿음이 헛되다”는 말씀을 찾아줬다. 그래도 영국까지 가서 성경을 공부하고 왔는데 ‘믿음이 헛것’이라는 말은 나를 온통 충격에 빠뜨렸다. 머릿속엔 온통 부활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다 한인교회 목사님과 통화하는데 “부활은 기독교의 심장이지. 부활이 없으면 기독교는 존재 가치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 순간 놀랍게도 지금까지 들었던 모든 말씀이 한 번에 펑 뚫렸다. 막연했던 예수님이 역사 속의 실존인물이었고, 기도 응답에 따라 계시니 안 계시니 했던 하나님이 실제 살아계셨다.
부활, 그것은 예수님을 믿을 수 있는 증거이자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우리의 주인이 되어 주셨다는 것, 이것이 바로 복음이었다. 복음이 정확해지니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많은 후배들에게 전했고, 영국에서 함께 신앙을 고민하던 동생에게 전했더니 그 자리에서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었다. 초등학교 교사가 된 후에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 학부모를 사랑하며 기쁘게 복음을 전하는 사명자가 돼 모든 문제를 주께 맡기고 학급 운영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을 찾아 살았지만, 이제는 살아계신 주님을 마음에 모시고, 복음을 전하는 것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삶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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