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대학교를 졸업하고 조종사가 되기 위해 해군항공단에 입대했다. 조종사 훈련은 정말 어렵고 힘들었다. 제트기 속도가 너무 빨라 잠시라도 한눈팔 수 없었고 손발을 계속 움직이면서 관제사와 영어로 교신도 해야 했다. ‘아차’ 하는 순간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긴장된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 힘든 시간도 무사히 넘겨 조종사가 돼 해군의 핵심전력인 대잠 초계기를 6년간 탔다.
전역하고 민간항공사 취직 시험을 봤다. 순조롭게 통과되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신체검사에서 안과의사는 내게 외사위 증상이 있어 조종을 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모든 꿈이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졌고 나는 하루아침에 초라한 무직자가 됐다. 먹고살기 위해 아내는 학습지 선생님을 하고, 나는 두 아이를 돌보는 가정주부가 됐다.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로 가끔 아이들에게 폭력도 썼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어 갔다. 몇 달 후 아내의 제안으로 연고도 없는 춘천에서 학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학원 일에 문외한이었던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학원에서 재우고 밤새 일하며 많이 울기도 했다.
돌파구를 찾아 주일마다 교회에 나가며 열심히 기도했다. 다행히 사업은 번창했고, 얼마 되지 않아 넓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 당뇨에 술을 많이 드시던 아버지가 췌장암 선고를 받았고 의사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다른 방법이 없던 나는 하나님께 간절히 매달렸지만 결국 아버지는 이튿날 가족들 곁을 영원히 떠났다.
사업이 안 돼 힘든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한 자매님이 우리 가족을 한마음교회로 인도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는 말씀처럼 1년 정도 지나자 목사님의 설교말씀이 들리고 성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내가 주인이었던 나는 필요한 것만 얻어내고는 예수님을 늘 문 밖에 세워뒀다. 그러나 예수님은 계속해서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셨다.
간절한 마음으로 엎드려 목사님 말씀을 듣고, 공동체 지체들과 교제하며 간증을 들었다. 결국 3년 동안 반복된 예수님 부활의 말씀이 실제가 되면서 성령께서 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주셨다.
나 같은 죄인 때문에 2000년 전에 이 땅에 오셔서 온갖 모욕과 멸시를 홀로 다 당하시고 낮아질 대로 낮아지신 그 모습으로 끝까지 나를 찾으신 예수님! 그렇게 예수님은 나의 주인이 되셨고, 그날 그분의 품 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회개와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예수님이 내 주인이 되셨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비행기 조종에 대한 미련이 있었다. 병원에 가서 눈 검사를 다시 받았다. 그런데 외사위는 수술하고 한 달 정도면 나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동안 인생을 송두리째 도둑맞았다는 생각이 들며 무조건 비행을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느 새벽기도 때에 이 문제를 하나님께 들고 갔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는 마태복음 6장 33절 말씀으로 응답을 주셨다.
비행에 대한 미련을 접자마자 한 형제님에게서 소년원 사역을 부탁받았다. 나는 그것이 하나님의 부름이라는 것을 즉시 깨달았다. 교회 성도들과 함께 소년원생들에게 역사 속의 예수님과 실제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증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들의 마음이 열리고 삶이 변화되는 놀라운 모습을 보게 됐다.
이후로 나는 주로 문제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세상의 하늘’ 대신 ‘하나님의 하늘나라’를 매일 누리면서 살고 있다. 하나님이 쓰시기에 합당한 그릇이 되어 많은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영원한 하늘나라의 조종사로 끝까지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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