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7년 10월 31일 독일 비텐베르크(Wittenberg)대학 교수였던 마르틴 루터(1483∼1546)가 로마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에 대한 95개조의 항의문을 게재한 사건으로 시작된 종교개혁, 그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이 시점에서 종교개혁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본다.
넓은 의미의 종교개혁은 그리스도인 개인이나 교회를 넘어 사회를 개혁하는 운동이었다. 영국교회에서 부흥이 일어났을 때 윌리엄 윌버포스로 인해 노예제도 폐지운동이 일어났던 것처럼 영적인 부흥뿐 아니라 사회개혁도 함께 일어났다. 그리고 평양에 부흥이 일어났을 때도 기생의 도시가 동방의 예루살렘이 됐던 것처럼 전도와 교회의 부흥으로 그친 게 아니라 사회개혁이 수반됐다. 이렇게 복음은 교회를 넘어 그 사회를 개혁했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는 어떤가. 복음의 능력이 교회를 넘어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가. 종교개혁 당시 복음의 능력이 교회를 넘어 사회를 개혁했듯 과연 지금 이 시대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지금 한국교회에선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교회 성도 중 빵 가게를 운영하는 분이 있다. 아들이 암에 걸렸는데 패스트푸드를 먹고 밤새 가려움증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암 환자도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기로 했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 7:12)”는 말씀에 따라 내 가족이 먹는 빵이라는 마음으로 빵을 판매한다.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부부가 있다. 가장 맛있고 좋은 과일을 싼값에 팔기 위해 부지런히 새벽시장을 누빈다. 이들은 자신들의 직업이 하나님이 부르신 사명이라고 믿는다. 단순히 장사가 잘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 놀라운 것은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는 점이다. 더 놀라운 일은 이들의 삶으로 인해 예수 그리스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예수 믿는 사람은 역시 다르다고 칭찬하는 문자메시지도 오고, 그들의 삶을 보고 교회에 등록하고 예수를 영접한 경우도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부족한 면도 많지만 가게에서 이들과 함께 일하는 우리 교회 성도들의 모습을 보고 교회에 가야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일들을 보면서 부활의 주와 동행하는 삶, 사랑으로 하나가 된 공동체가 결국 그 사회를 개혁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복음의 능력이 교회를 넘어 그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리스도인의 삶’이 변해야 한다. 종교개혁의 본질이 무엇인가. 예수 그리스도 즉 복음을 회복하는 것이다. 복음은 반드시 삶을 변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왜냐하면 변화의 주체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 안에 들어와 사시기 때문이다. 내 안에 사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세상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예수 그리스도와 동행하는 삶은 그리스도인 삶의 현장에서 빛이 나며 결국 복음의 능력이 교회를 넘어 사회를 개혁하게 된다.
위그노(프랑스 칼뱅파 교도)들은 ‘직업은 하나님이 당신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해 부른 일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하나님 영광을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직업을 단순히 먹고살려는 수단이 아닌, 만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한 복음의 통로이자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이 일을 통해 하나님 영광을 드러내신다는 소명으로 삼아야 한다. 말씀과 기도만이 아니라 나의 삶의 터전에서 하나님 영광을 위해 치열하게 일하는 것도 거룩한 일인 것이다. 종교개혁 500주년, 복음의 능력이 교회를 넘어 삶의 현장에서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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