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혁, 리모델링보다 기초 공사를


글. 정현동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서, 여기저기서 개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신학교에서는 한국교회를 진단하고 해결점을 제시하는 다양한 시각의 학술회의가 개최되었다. 기독교 출판사는 종교개혁과 관련 된 서적들을 쏟아내며 교회 개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언론에서는 세상 사람들의 목소리와 성도들의 목소리를 기사로 녹여내며 교회개혁을 외치고 있다. 교회의 구조와 시스템, 그리고 목회자와 성도들의 삶이 개혁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단순한 논리로 생각해보자. 모래 위에 세워진 건물은 계속 해서 흔들린다. 모래 위에 세워진 건물을 아무리 멋지게 리모델링을 한다고 한들, 건물이 무너지면 그만이다. 리모델링은 리모델링일 뿐이다. 교회의 기반이 되는 기초 공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개보수를 해도 일시적인 대안만 될 뿐이다.

교회를 개혁 하려면 교회가 믿음의 반석 위에 서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믿음의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운다고 하지 않으셨는가? 교회 개혁에 대하여 다른 것을 논하기 전에, 기초 공사가 제대로 되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먼저 한국교회에서 볼 수 있는 믿음의 다양한 양상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교회 개혁이 어떤 믿음의 반석 위에 세워져야 하는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율법적인 믿음

율법적인 믿음이라고 하면 ‘바리새인’이 떠오른다. 바리새인들은 자신들이 정해놓은 613개의 율법조항을 지키는 것을 믿음의 반석으로 삼았다. 하루 세 번 기도하고, 일주일에 몇 번 금식하고, 전도 몇 명 하고, 말씀 몇 장 읽는 것 등 율법적인 경건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믿음을 가늠했다.

바리새인처럼 정해 놓은 율법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모습은 교회 안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믿음이 좋은 사람이 누구인 것 같습니까?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하고 물어보라. 사람들은 아무개라고 대답하며 예배 참석, 말씀 읽기, 기도생활, 전도, 헌금생활, 봉사 등 눈에 보이는 행위를 근거로 믿음이 좋은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교회에서 이러한 암묵적인 율법조항들이 기준이 되어서, 성도들의 믿음을 판단하거나 직분을 맡기는 데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교회가 이렇게 율법조항들 위에 세워지게 되면, 교회 안에서 자유함이 사라지게 된다. 교회에서 만들어 놓은 율법이라는 틀에 갇혀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도들은 우울해진다. 율법조항을 지키고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하게 되어, 그것을 지키지 못했을 때 믿음의 부족함을 자책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가 하나 되지 못하는 빌미가 된다. 율법조항을 다른 사람에 적용하여서, 성도들이 서로 판단하고 정죄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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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적인 믿음

소위 ‘불파’라는 말이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낯선 단어지만, 2000년 대 초반까지만 해도 교회 안에서는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실제적으로 그 당시 수련회가 전개되는 흐름은, 성령의 뜨거운 불을 받기 위해서 몇 시간씩 기도와 찬양을 하는 식이었다.

성령의 불을 받은 사람에 대한 대표적인 외적 근거는 ‘방언’이었다. 교회는 공공연하게 성령의 불(?)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었다. 성령의 불을 받는 것이 곧 믿음이라 여겨졌고, 여러 가지 영적 체험에 근거한 믿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신은 어떻게 하나님을 믿게 되었습니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자문해보라. 아마도 대부분 신앙생활에서 체험한 것을 말할 것이다. “수련회 때 방언 받았습니다.” “성령의 뜨거운 체험을 했습니다.” “환상 가운데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병이 나았습니다.” 등등 초자연적인 체험에 근거된 간증을 할 것이다.

신앙의 체험을 부정하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이러한 영적인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신앙의 체험은 신앙의 경험일 뿐이지, 믿음의 근거는 되지 못한다. 신앙적 체험이 믿음을 지키고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나, 이것이 믿음의 근거가 되면 성도는 신앙적인 체험에 매달리게 된다. 우리 믿음의 대상인 예수님의 자리는 사라지고, 초자연적인 신앙적 체험이 우상으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신앙의 체험이 믿음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제자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제자들은 오병이어, 물 위를 걸음, 죽은 나사로의 회생 등을 경험했다. 제자들은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가장 많은 신앙적 체험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체포당하실 때, 그들 전부 도망가지 않았는가? 성경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체험적인 믿음은 믿음의 반석이 되지 못한다.



교리적인 믿음

기독교 교리 중 대표적인 교리는, ‘십자가 대속의 교리’이다. 이는 ‘하나님께서 죄인 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셨다. 그리고 그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우리의 죄를 대신해 죽으심으로 우리의 죄를 없이 하셨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믿으면 죄 사함 받고 구원을 받는다.’는 교리이다. 십자가 대속의 교리는 십자가에서 우리의 죄를 대신해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한다. 그리고 성도들이 하나님의 사랑에 감격되어 살아가게 하는 것이 본질적인 메시지일 것이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 십자가 대속의 교리가 오용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십자가 대속의 교리를 믿는 것으로 마치 천국행 티켓이 보장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로마 가톨릭 신자들이 면죄부를 샀으니 구원받았다고 생각하며 타락한 생활을 하는 것과 똑같이 말이다. 일각에서는 한국교회의 신앙이 구원파적인 모습이 보인다고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교리를 깨우친 것으로 내 믿음이 그러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신앙과 삶이 분리된다. 교리는 어디까지나 기독교 신앙을 규명하여 주는 울타리이다. 교리를 믿음과 연결지어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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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믿음?

종교개혁자들은 “오직 믿음”을 외쳤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오직 어떤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인가. 무엇을 믿는가. 스스로 자문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예수님? 하나님? 삼위일체 하나님? 무엇을 답해야할까 혼란스러울 것이다. 또는 앞에서 나열했던 믿음 중에 하나를 믿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혹은, 정답을 찾으며 교리적인 대답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오직 믿음”이라고 외치기는 하는데, 믿음 자체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이 혼재되어 있는 듯하다. 믿음에 대해 서로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로 모인 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어쩌면, 믿음의 근거가 불분명한 것 때문에 오늘날의 교회 모습이 이러한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을까?

종교개혁자들이 외쳤던 “오직 믿음”을 알고자 한다면, 믿음의 1세대들이 어떤 믿음을 가졌는지, 그들의 믿음의 근거가 어디에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타임머신

타임머신을 타고 2천 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왜냐하면 2천 년 전은 믿음의 1세대가 탄생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를 탄생 시켰던 믿음의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오직 믿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2천 년 전, 제자들은 예수님과 3년 6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며 예수님께 직접 양육 받은 사람들이었다. 예수님의 말씀을 직접 들었고, 예수님의 삶을 옆에서 직접 지켜보았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수많은 기적과 표적을 직접 경험했다.

그런데 그들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실 때 어떻게 하였는가? 수제자인 베드로는 예수님을 3번이나 저주하며 부인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3년 6개월 동안이나 예수님과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믿음을 버렸다. 죽음이 두려웠다고 말할 수 있다. 잠깐 흔들렸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베드로의 모습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모습이 되었다.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게 되면서, 예수님이 죽으실 때 도망갔던 겁쟁이들이 아니라 죽음 앞에서도 기쁘고 담대하게 예수님을 증거 하다 순교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제자들에게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은 이전과 똑같이 살 수 없게 만드는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이다. 도대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이 제자들에게 어떤 충격을 주었기 때문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전과 후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성경을 열어서,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에 나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고 말씀하시며 제자들에게 성경을 깨닫게 하셨다(눅24). 즉, 성경의 예언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것을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직접 확인시켜 주신 것이다. 성경의 예언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성자 하나님이라는 것이 확증된다는 것이다(롬1:4). 제자들은 그동안 함께 했던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것으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이 알아졌을 때,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까?

의심 많았던 도마는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야, 예수님을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했다. 사도 바울도 마찬가지다. 십자가에서 죽었다가 다시 사신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을 때, 핍박자에서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증거 하는 사람이 되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가보면, 믿음의 1세대들이 가지고 있었던 믿음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는 믿음이었다. 제자들은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는 믿음으로 시작되었다. 사도행전이 성령행전으로도 읽히지만, 제자들이 선포하는 메시지를 보라! 그들이 무엇을 전하고 있는지 보일 것이다. 그들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하고 있다.

초대교회 예배를 들여다보면 더 분명해진다. 초대교회는 안식일을 지켜오던 전통을 버리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기념하기 위해서 안식일을 주의 날로 바꾸어서 예배를 드렸다. 그들에게 주일은 부활하신 주님을 기억하는 날이었다.

사도 바울은 믿음에 대하여 로마서에서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로마서 10장 9절에서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 그렇다. 믿음의 1세대들이 오직 믿음이라고 외치는 것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는 믿음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은 어떠한가? 율법적인 믿음, 체험적인 믿음, 교리적인 믿음으로 교회의 기틀을 삼고 있지는 않은가? 그 당시와 오늘날의 믿음은 달라도 너무 다른 믿음이 아닌가?

교회의 개혁은 믿음의 개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믿음의 1세대들과 동일한 출발점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무엇을 믿었고 무엇을 증거 했는지 보게 될 때 우리의 믿음이 초대교회와 동일한 믿음으로 교회 개혁에 밑바탕이 될 것이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모일 때 마다 부활하신 주님을 기념한 것과 같이 오늘날 교회에서도 부활하신 주님이 날마다 선포되어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는 믿음이 우리에게 심겨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믿음이 심겨질 때, 진정한 교회 개혁이 이루어 질 것이다. 더 이상 리모델링하는 수준의 개혁을 말하지 말자. 교회를 개혁하려면 믿음의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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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사링크 http://bit.ly/2APHE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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