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에 친구의 권유로 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책을 읽었다. 새로운 세상의 얘기는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고, ‘자유, 민주, 정의’라는 단어는 나의 젊은 피를 끓어오르게 했다. 결국 나는 막스와 레닌사상에 빠졌고 ‘행동만이 시대의 양심이다’라는 구호를 가슴에 안고 시위현장에 나갔다.
최루탄의 난무 속에 쫓고 쫓기며 오직 학생시위만이 세상을 바꿀 유일한 길이라며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러다 막다른 골목에서 붙잡혀 유치장으로 질질 끌려갔다. 거기서도 끝까지 버티다 골수분자로 찍혀 강제징집으로 군대에 갔다. 물론 전역 때까지 보안사의 감시를 받았다.
제대한 현실은 절망 뿐이었다. 술 한 잔하면 ‘벗어나야 한다’는 헛소리를 하고 악몽을 꾸고 사회와 사람들을 원망했다. ‘차라리 감옥에 갔으면 민주투사의 호칭이라도 붙었을 텐데’ 하는 후회까지 들었다. 내 힘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으니 자포자기하고 직장에 들어갔고 사업도 했지만 세상은 녹록치 않았다. 어느 새 나는 분노로 기물을 부수고 주먹을 휘두르는 폭력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길을 가다 이유 없이 차의 백미러를 부수었고 가게 유리문이 앞길을 가로막는다며 맨발로 차다가 발의 인대가 끊어져 대수술을 받기도 했다. 직장에서 회의 도중 동료를 때려 눕혀 고소를 당해 벌금을 무는 등 나의 폭력성향은 경찰서로 가야 끝이 났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장사를 마치고 밤늦게 집에 들어올 때 곳곳에 빨간 십자가들이 눈에 들어오며 교회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몇 년을 망설이다 아내와 처음으로 가까운 교회에 나갔다. 그런데 나의 폭력성향은 교회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수없이 회개하고 결단을 했지만 상황만 생기면 억제가 안 되었다. 내 의지로는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그 때 한심한 자신을 보며 ‘왜 교회를 다녀도 사람이 변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말씀과 삶이 다르니 낙심만 가득 찼다. 그러다 지인의 권유로 춘천 한마음교회 여름수련회에 참석했다. 목사님의 진솔하고 열정적인 모습과 지체들의 간절한 기도와 찬양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목사님은 복음으로 마음의 주인만 바뀌면 모든 것이 변화된다고 하셨지만 나는 그 말씀을 듣기가 무척 힘들었다. 사회구조나 제도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말씀에만 집중하다보니 예수님은 부활하심으로 하나님으로 인정되셨고 온 우주만물을 창조하신 세상의 참 주인이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 또한 하나님의 살아계심이 너무 확실해졌다. 나는 즉시 예수님을 믿지 않았던 죄를 회개하고 주인으로 영접했다.
오랜 세월, 정말 나는 하나님과 상관없이 암흑 속에 살았었다. 사회를 바꿔보겠다고 했던 생각들은 헛된 메아리에 불과했고, 오직 복음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정확히 보였다. 30여년 이어온 술과 담배, 그리고 나의 폭력성향도 단숨에 사라졌다.
지금 나는 아파트 알뜰시장에서 성경구절을 적은 현수막을 걸어놓고 장사를 한다. 또 탑차표면에도 성경 구절을 적어놓고 복음을 전하고 있다. 과일 가게를 하는 부부를 만나 함께 예배도 드린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항상 이렇게 힘주어 말한다. “이 세상을 변화시킬 주체는 바로 예수님이시고 복음만이 세상을 변혁시키는 유일한 해답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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