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주목 받는 것에 익숙했던 나는, 나보다 인기가 많거나 인지도가 높은 사람을 보면 참을 수가 없었다. 반드시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야만 했다. 심지어 ‘아니, 내가 쟤보다 못한 게 뭐가 있어?’하며 친구들을 동원해 잘 나가는 친구를 왕따시키면서 끌어 내렸다.
이런 나의 마음은 신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내가 다니는 학교에도 작은 교회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에 만나는 친구마다 복음을 전했고 한 두 사람이 모여 작은 교회가 세워졌다. 장소가 없어도 앉을 자리만 있으면 예배를 드리며 열정을 다했다.
‘무조건 저 작은 교회보다 우리가 더 잘나야 돼’라는 생각을 했던 나는 작은 교회 아이들을 달달 볶기 시작했다. 매일 불러 말씀 교제를 하고 간증을 쓰도록 했다. 만약 제대로 따라오지 않으면 ‘나 지금 기분 안 좋으니까 건들지 마’ 하는 직설적인 말도 했다. 욕심이 가득하니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이 점점 힘들어졌고, 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작은 교회도 무너져 갔다. 아이들은 변하지 않고 주변만 맴돌고 있었다. 예수님을 만나면 사람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아무리해도 변하지 않는 모습에 심각한 고민만 깊어졌다.
그러다 송구영신예배 때 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선교사님의 인터뷰였는데 ‘부활의 주 앞에 굴복된 자만이 굴복된 제자를 재생산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곧 부활하신 예수님을 마음의 주인으로 모신 사람만이 부활의 복음으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때 ‘굴복’이라는 단어가 내 머리를 강타했다.
부활의 복음을 전해도 아이들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부활의 주 앞에 굴복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내가 예수님 앞에 굴복한 적이 없다는 것을 성령께서 알려 주셨다. 그동안 나는 예수님을 믿고 있다고 생각했고 예수님이 나의 주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 인생 내 멋대로 사는 나는 예수님을 믿는 자가 결코 아니었다. 알고 있었지, 믿지 않은 것이다. 나는 그 예수님을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올라가 왕 노릇 하고 있었다. 나는 하나님을 마음에서 버린 악랄하고도 교만한 자였다.
그래도 나는 하나님 앞에서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나의 열심 있는 모습을 하나님께서 알아주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마음 중심은 아니었다.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나를 드러내고 싶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중심이었다.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나를 사랑해 주신 그분의 사랑 앞에 내 모든 것은 와르르 무너졌다. 그동안 내가 주인 되어 살았던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마음의 주인으로 모셔드렸다.
회개를 하니 그동안 나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을 움켜쥐고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 잘나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마음의 주인으로 모신 사람이 진짜 잘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년 반 동안 매일 복음을 전한 친구가 있다. 의심이 많은 그 친구는 늘 역사가 거짓이면 어떻게 하냐며 믿지 못하겠다고 했고, 범죄자들도 예수님을 믿고 천국 간다면 자신은 그런 천국 에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 영혼을 품고 기도하며 다시 복음을 전하자 드디어 예수님을 마음의 주인으로 모시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다. 또 왜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술을 마시면 안 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던 친구가, 예수님이 내 마음에 살아계신데 어떻게 자신이 술을 마실 수 있겠냐면서 단번에 술을 끊고 복음을 전하는 모습을 보는데, 감사의 눈물만 나왔다.
드러내고 싶은 욕심 때문에 사람을 누르고 내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서려고 노력했던 나는, 이제 가장 낮은 자리에서 오직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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