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복음 꽃 피웠던 교단 떠났지만 예수님 전하기는 정년 없어
정연기 성도
어렸을 때부터 동네 어른들은 나를 효자라고 불렀다. 나의 효심이 널리 알려져 40대 초에 교육감 표창과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모든 것을 갖춘 나는 늘 ‘세상은 정말 살만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아내는 신앙적으로 너무나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아내는 한마음교회 자매를 만나 안정되었고, 어느 여름 수련회에 가서 20년 동안의 신앙적 고민의 종지부를 찍었다.
나는 그런 아내가 무척 좋았다. 예수를 만났기 때문이라기보다 침대에 누워 ‘이대로 영원히 잠들고 싶다’며 힘들어하던 아내가 기쁨을 되찾은 것이 꿈만 같았기 때문이다. 폭풍우가 몰아쳐도 단 한 번도 새벽기도에 빠지지 않음은 물론 아내의 얼굴은 계속 빛나고, 몸은 날아다녔다.
아내의 이런 생활이 계속되자 거꾸로 내가 힘들어졌다. ‘저 기쁨은 어디서 오는가? 저렇게 변화시킨 예수님은 어떤 분인가’ 하는 생각은 나를 심각한 고민으로 몰아넣었다. 결국 아내를 따라 교회에 나갔다. 그러나 말씀은 전혀 들리지 않고 졸음만 왔다. ‘왜 살만 한 세상을 버리고 이런 생고생을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말씀과 기도에 집중했다.
그러다 초등학생인 아들이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의식 불명으로 생사를 알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건널목에서 과속 트럭에 부딪혀 7m나 날아가 떨어진 아이는 30분 만에 깨어나 7일 뒤 퇴원했고 후유증도 전혀 없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아니, 하나님께서 살려주셨다. 그때 내 모든 것이 무너졌고 나는 하나님 앞에 굴복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간절했던 그 마음은 흐려졌고, 세상은 여전히 살만했다. 어느 날 이 문제를 놓고 간절히 기도하는데,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예수님이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요한계시록 3장 20절의 사랑이 폭포수처럼 부어졌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을 주인으로 시인하고, 부활을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얻는다’는 로마서 10장 9절 말씀을 함께 보여주셨다. 그거였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는 것이 믿음이었다. 부활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주신 것이 바로 나의 주인 되어서 영원히 나와 함께하시기 위함이었다.
“아! 내 믿음은 가짜였구나. 내가 주인으로 살았구나!” 그동안 입으로만 예수님이 주인이라고, 부활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이 내게는 가짜였던 것이다. 지식이었던 부활이 실제가 되니 그대로 통회가 되면서 예수님이 진짜 나의 주인임이 고백되었다.
이후 나는 형님께 제사를 지낼 수 없는 이유를 말씀드렸다. 소문난 효자에서 하루아침에 배은망덕한 불효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너무나 기쁘고 평강이 임했다. 나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했고, 근무하는 학교마다 기독교 동아리나 특활반을 만들었고, 문제 학생들도 복음으로 해결했다.
40년 몸담았던 교직에서 몇 달 전 정년퇴임을 했다. 내겐 할 일이 하나밖에 없다. 하나님께서 허락하는 시간까지 기쁘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할 것이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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