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가족들을 챙기고 돌보시는 아빠는 정말 멋있었다. 늘 내 편이 되어주셨다. 여덟 살이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집 안 전체에 빨간 딱지가 붙어 있었다. 그동안 불어난 빚이 쌓여 더 이상 갚을 길이 없어진 결과였다.
이때부터 우리 가정은 고통 속에 지내야 했다.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한 것은 가족을 위해 애쓰시던 아빠의 변화였다. 날마다 술을 드셨고 돈 때문에 늘 엄마와 다투셨다. 그러다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났지만 아빠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내게 숙제를 냈다. 모처럼 돌아와도 숙제를 못한 날은 화장실에 앉지 못할 정도로 피멍이 들도록 때리셨다. 충격을 받은 나는 아빠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피해 다니며 마음문도 굳게 닫았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부모님은 고모부의 도움으로 식당을 차렸는데 빚도 다 갚고 형편은 아주 좋아졌다. 아빠도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고 우리 집은 다시 행복해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빠는 식당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날마다 친구들을 식당에 데리고 와 술을 마셨다. 가정은 팽개치고 자기밖에 모르는 무책임한 아빠가 정말 싫었다. 결국 나는 아빠에게 인사도 하지 않았고 관계는 완전히 최악으로 치달았다.
설상가상으로 수능시험까지 망치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마음이 정말 힘들었다. 그러던 중 엄마를 통해 춘천한마음교회 성도들의 간증을 보게 되었는데 기쁘게 사는 성도들의 모습에 마음이 끌려 교회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 들어갔다.
교회에 나가면서 예수님의 부활 사실을 처음 들었다.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고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것 같이 예수님이 부활하신 것도 역사에 기록이 되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러나 부활이 아무리 역사라고 해도 내가 직접 보지 않은 비현실적인 일이라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어느 날 말씀을 보다 이런 나와 똑같은 인물 한 명을 발견했다. 바로 도마였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본 제자들이 도마에게 예수님이 부활하셨다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다고, 진짜 예수님이 살아나셨다고 말할 때, 도마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 만지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 도마의 마음이 딱 내 마음이었다.
그러다가 제자들이 순교한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순교한 제자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차원이 달랐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결국은 죽기까지 한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내가 충격을 받은 것은 순교하는 이들 중에 도마도 있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지지 않고는 믿지 못하겠다던 도마가 어떻게 순교했을까?’ 그 순간, ‘도마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났구나! 진짜 예수님이 부활하셨구나!’ 부활이 한순간에 실제가 되었다.
부활이 실제가 되면서 내 진짜 주인이신 예수님이 지옥에 갈 수밖에 없는 나를 살리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가셨음이 너무 감사했다. 나는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예수님을 내 마음에 주인으로 영접했다.
그러자 가장 먼저 아빠가 생각났다. 가난 가운데 가정을 지키려고 얼마나 노력하셨는지 그 마음을 새롭게 보게 되니 너무 죄송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잃어버리신 한 영혼’이라는 생각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 즉시 아빠께 용서를 구하고 복음을 전하였다.
나는 요즈음 노방전도를 자주 나간다. 복음을 들고 달리는 최고의 삶을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하다. 예수님은 나의 주인이시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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