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봄, 기독대안학교에 다니는 고3 아들이 뭔가 쫒기는 듯 집에 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환청과 환상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날이 갈수록 증상은 심해졌고 상상할 수 없는 힘과 기이한 행동들에 우리 부부는 가슴을 찢으며 살았다. 내 몸무게가 8㎏이나 빠져 암에 걸렸다는 소문까지 났다.
대학시절 운동권에 있었던 나는 기독교를 심하게 비판하며 성경 내용도 내 맘대로 난도질했다. 결혼할 즈음엔 열정만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쫄딱 망했다. 하루 버티기도 어려웠던 그 때 아내는 어린 아들을 업고 하나님께 절규하며 기도를 했다. 그에 비해 나는 단지 아내와 결혼조건을 지키기 위해 19년 동안 몸만 교회에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지방에서 혼자 지내던 나는 우연히 고향사람에게 비구니를 소개받았다. 보살피는 조상이 없어 힘들게 떠돌아다닌다는 그의 말에 전 재산 300만원을 털어 제사를 지냈다. 그 후 일 년 정도 지나 일이 잘 풀려 경제적으로 매우 여유롭게 됐다. 아내는 하나님이 자신의 기도에 응답하신 것이라 했고, 나는 제사를 지내 조상이 돌봐줬다고 했다. 갈등은 있었지만 우리는 다시 안정된 삶을 살았다.
그런데 아들의 심각한 병증은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아내와 밤새 말씀을 보고 기도했지만 혼란스럽고 두렵고 무섭기만 했다. “하나님!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지금 저를 부르시는 줄 압니다. 차라리 제 생명을 가져가시고 아들을 살려주십시오.” 나는 결국 일까지 다 놓고 처절하게 하나님께 매달렸다.
그러다 춘천한마음 교회의 한 자매를 만났다. 그 분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고 주인만 바뀌면 아이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예수가 하나님, 내 안의 주인을 바꿔라.’ 등 생전 처음 듣는 말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우리 부부는 목사님의 설교영상과 유튜브에 있는 성도들의 간증을 계속 보고 들으며 정말 많이 감격하며 울었다.
얼마 후 춘천 한마음교회를 찾아갔다. 젊은 성도들의 밝은 표정, 자신의 치부를 간증하는 오픈된 강대상, 전국에서 모여든 성도들의 가식 없는 자유로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초대교회와 같은 모습, 확신 있게 복음을 선포하는 목사님 등 모든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목사님의 복음을 계속 듣다 보니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예수님의 부활이 너무 선명해졌다. 드디어 하나님이신 그분 앞에 섰다. 자녀 가족 사업 등 모든 것이 내 것이라 여기며 철저히 내가 주인 되어 살아왔던 삶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주님! 교만과 죄 덩어리인 저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저의 주인 되어 주셨는데, 저는 그동안 마귀들의 종노릇하며 속고 살았습니다. 예수님을 배척하고 철저히 제가 주인 되어 살아온 죄를 회개합니다. 예수님만이 나의 영원한 주인이십니다.” 이 고백을 주님께 온 맘으로 드리며 끝없이 회개의 눈물을 흘렸다.
그 후 거짓말처럼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아들의 증상이 눈 녹듯 사라지고 날마다 말씀 간증을 쓰면서 복음에 집중하는 멋진 대학생이 됐다. 말할 수 없는 감격이다. 아들의 고난을 통해 나를 이 사명자로 불러 세워주시고 부활하셔서 나의 주인 되신 예수님께 진정으로 감사드린다. 이 기쁨의 복음을 들고 땅 끝까지 달려가리라 다짐한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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