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무렵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했다. 그때 친구들을 따라 재미삼아 점집에 갔는데 무당이 “아가씨는 인덕이 없어. 늦은 나이에 나이 많은 사람과 결혼해”라고 했다. 며칠 뒤 중매가 들어왔는데, 정말 나이 많고 사업하는 사람이었다. 문득 무당이 한 말이 생각났다. 또 사업하는 집안의 셋째 아들이라 고생은 할 것 같지 않았고 결혼을 결심했다.
결혼하면 남편 사랑을 받으며 잘살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과 달랐다. 아이 셋 낳고 기르는 동안 내 돈 한 푼 없었다. 옷 한 벌 마음대로 사 입을 수도 없었다.
더 힘든 건 남편 때문이었다. 성격이 맞지 않았다. 혼자 울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더 이상 결혼생활을 계속할 자신이 없어 젖먹이 막내아이만 데리고 집을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두고온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잘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이후 남편은 사업자금까지 빌려야했다. 빚이 늘어갔다. 결국 사업실패로 살던 집을 정리하고 정든 동네를 떠나야 했다.
그렇게 낙심 가운데 있던 중 한마음교회를 다니게 됐다. 그리고 부활의 복음을 들었다. 목사님께서 “예수님이 죽은 자와 산 자의 주가 되시기 위해 부활하셨다”는 말씀을 하시며 칠판에 ‘하나님께 대한 회개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이라고 쓰셨는데 그것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아! 나는 예수님을 믿는 것이 아니었구나. 입술로는 ‘주여, 주여’했지만 아는 것을 믿음인 줄 알고 착각하며 살았구나.”
교회 다니고 믿는다는 착각 속에 내가 인생의 주인이 돼 살아왔음을 깨닫게 됐다. 내 죄 때문에 창조주 하나님이 십자가에 대신 못 박히셨는데도, 깨닫지 못하고 내 힘든 일과 외로움, 내 아픔만을 생각하며 살았던 죄들를 하나하나 회개했다.
“주님, 용서해 주세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그저 나의 만족과 유익을 위한 수단으로 여겼습니다.”
예수님이 내가 지은 죄 대신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깨달으니 가슴이 메었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죄송한 마음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탕자의 아버지가 네 아버지다”라고 하시며 팔을 벌려 안아주시는 것 같았다.
이런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내가 인생의 주인이 돼 살아온 죄를 눈물로 회개했다. 그리고 예수님을 내 마음의, 내 인생의 주인으로 진실로 영접했다. 이후 갑상선암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다. 수술대에 오를 때면 아무리 위로의 말을 해도 두려운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너희 모든 염려를 다 주께 맡겨버리라’는 말씀을 붙들고 기도했다. 기도할 때마다 ‘죽으면 하나님 아버지 곁으로 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평안해졌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니 죽음은 끝이 아니고 영원한 하늘나라를 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죽음의 문제에서 자유하고 영원히 사는 존재가 됐다는 뜨거운 감격이 떠나지 않았다.
지난해 송구영신 예배 때 ‘언제 내 나이가 70이 됐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 오랜 시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코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주님을 만났다는 것은 내 인생에 가장 놀라운 일이며 큰 축복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의 주인은 예수님이시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주님의 은혜이고, 삶을 다할 때 영원한 나라에 가는 것은 더더욱 큰 은혜라고 믿고 있다. 오늘 하루가 행복하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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