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나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했고 말도 거의 할 줄 모르니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미국 친구들이 생긴 후에도 진정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나를 숨기며 무조건 친구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만 했다. 누굴 만나든 나를 억지로 꿰맞추는 삶이었다. 한국과 미국 두 문화 사이에 끼어 있는 삶이 무척 싫었다. 어정쩡한 나이에 이민을 온 것도, 동양인으로 태어난 것도 불만이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심해졌고 대학 진학 후 휴학했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보이지 않았다. 이때 어머니의 소개로 자녀 유학문제로 미국을 방문한 한 자매님을 만나 몇 주 동안 성경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분을 따라 춘천 한마음교회 여름수련회에 참석했다.
수련회 동안 예수님의 부활에 관한 말씀을 반복해서 들었다. 부활이라는 역사적 증거를 통해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확증할 수 있다는 말을 듣는 동안 예수님이 정말 나의 주인이시고 하나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예수님을 믿지 않고 내가 주인 되어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다 짊어지려 해 힘들어했고, 정체성을 고민한 것도 결국 내가 나의 우상이었기 때문임을 그때 알 수 있었다. 나는 예수님을 믿지 않았던 죄를 회개하고 그분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으니 모든 고민이 떠나갔다. 주님 한 분만으로 나라, 인종과 상관없이 나는 영원한 하늘나라에 속한 자였으며 복음 증거의 사명을 위해 이 땅에 보냄 받은 자였다.
미국으로 돌아가 주변에 예수님을 전했다. 갑자기 변한 나를 보며 친구들은 “sad(슬픈) 민진, 지금은 해피(happy) 민진, between Jesus(중간에는 예수)!”라고 했다. 새벽기도와 가정예배를 드리고, 전도로 만난 사람들과 캠퍼스 예배도 드렸다. 미국인들도 참석하는 작은교회를 세워 말씀을 전했다. 한 백인 형제는 크리스천이었지만 예수님을 믿지 않고 자신이 주인이었다며 회개했다. 우리는 동료인 러시아인들을 만나 복음을 전했고 러시아 교회를 방문해 간증하고 러시아인을 위한 전도 집회도 했다. 멕시코 종업원들에게도 복음을 전했다. 몇 마디 아는 스페인어와 몸짓으로 부활과 예수 믿지 않는 죄를 반복해 말했다. 단순한 메시지를 반복했을 뿐인데 이들은 예수님을 믿겠다며 작은교회 예배를 찾아와 예수님을 만났다. 그리고 멕시코에 사는 가족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멕시코를 위해 기도하는 자들이 됐다.
이들 중 고향으로 돌아간 한 형제를 방문하기 위해 지체들과 멕시코로 갔다. 소수의 씨족 공동체가 사는 곳에서 그 형제의 가족과 친척, 동네 사람들에게 부활의 복음을 전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겠다고 고백했고, 복음을 전해줘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우리는 삶의 현장에서 기쁘게 복음을 전했을 뿐인데, 이 씨앗이 여러 민족에게 번져 나가는 것을 보며 복음의 놀라운 생명력을 경험했다. 곳곳에 부활의 증인들이 세워지는 것을 보며, 복음은 나라와 민족을 뛰어넘는 것임을 실감했다.
현재 작은교회에선 한국·미국·멕시코인들이 모여 3개 국어로 예배를 드린다. 문화적, 언어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복음으로 한 가족이 됐음을 감격 가운데 누리며 천상의 예배를 드리고 있다. 1.5세대 이민자로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던 나를 예수님께서는 부활의 증거로 찾아와 만나 주셨고, 나의 참된 신분과 복음 증거의 사명을 되찾게 해주셨다. 온 세계 모든 민족이 주 안에서 하나 되는 그날을 소망하며 주님과 함께 사명자의 길을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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