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중학교 졸업식이 끝나고 3일 후 뇌출혈로 쓰러지셨던 아버지는 10년간 병상에 계시다가 소천하셨다. 어머니가 아버지 병간호로 병원에 계시고, 누나는 지방의 기숙사가 있는 대학교에 다니는 동안 나는 학업이며 살림이며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만 했다. 원래 우리 집은 불교였지만, 생활이 힘들다보니 고등학교 때 친구를 따라 교회에 가게 되었다. 아는 것도 없었지만 이 때부터 나는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했다. 집안 형편상 지방 국립대학을 가게 되었는데 학교 기숙사 신청 기간을 놓쳐 한마음교회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 들어갔다.
새벽예배를 비롯해 각종 예배에 참석하면서 목사님의 말씀을 듣다보니 의외로 말씀이 참 단순하고 명확했다. ‘삼위일체 하나님이 계신데, 그 중에 성자 하나님이 이 땅에 사람으로 오셔서 죽으시고 부활하셨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 마귀, 천국과 지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셨다. 이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 이런 말씀이었다. 예수님의 부활이 사실이면 모든 성경말씀이 사실이고 부활이 거짓이면 성경도 다 거짓인 것이다. 예수께서 부활하셔서 이분이 나의 하나님이 되었고 모든 성경말씀이 나와 연결되었다.
목사님께서는 예수님을 믿지 않는 죄를 회개하지 않으면 구원이 없다고 하셨다. 나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인데 왜 저렇게 말씀을 하실까? 로마서 14장을 보니까 예수님께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이유가 모든 사람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였다. 그냥 단순히 예수님을 믿는 게 아니라 나의 모든 것의 주인으로 믿어야 되는 거였다. 이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믿음이었다. 부활과 회개가 연결되니 하나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회개는 하나님께서 당신을 배신한 인간들을 위해 보내신 독생자, 바로 죽고 부활하신 예수님조차 믿지 않는 완악한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 그 자체였다. 부활이라는 확실한 표적을 보여주시고 주인으로 믿으라고 하는데도, 여전히 예수님을 믿지 않고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내가 주인인 채 살고 있던 내가 얼마나 큰 죄를 짓고 있었는지 알게 되니 회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 즉시 바울처럼 부활하신 예수님께 굴복했다.
교정직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가 민영 교도소 교도관으로 합격이 됐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나는 그들과는 다른 사람, 나는 그래도 저들보다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내가 수용자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인간의 법에서나 죄의 경중이 있지, 하나님의 법에는 죄의 경중이 없이 모든 죄의 삯은 사망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살인죄를 지은 사람이나 누군가를 마음에서 미워한 사람이나 똑같다고 말씀하셨다. 인간은 겉으로 드러난 행위의 결과로 죄를 판단하지만, 하나님은 마음중심을 보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대신해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살 길을 만들어 주셨으니 복음은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사랑 그 자체였다.
언젠가 아내가 수용자들이 무섭지 않냐고 물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꼭 우리 옆집 아저씨 같고, 삼촌 같은 사람들이라고. 우리와 똑같은 성정을 가진 이웃들이라고. 다만 이 어두운 세상에서 하나님을 모르고, 복음을 듣지 못하고, 자기가 주인 되어 살다 보니 법의 테두리 밖으로 벗어나게 된 불쌍한 사람들일 뿐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교정사역이라는 사명을 주시고 하나님의 눈으로 수용자들을 보게 하셨다. 그들은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온 수용자이기 이전에 하나님이 애타게 기다리시는 어린 양들이었다. 그들이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어 거듭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일하고 있다. 앞으로 이 사명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도록 주인이신 예수님만 의뢰할 것이다.
원문기사링크 https://bit.ly/2s5jOG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