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체조 선수였던 나는 24세에 체육교사가 되어 원주로 첫 발령을 받았다. 일 년쯤 지났을 때, 잘 알고 지내던 선배가 사업을 위해 보증을 서 달라는 부탁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재직증명서와 인감도장을 넘기고 선수들을 데리고 전국대회에 출전했다. 그런데 6개월쯤 지나자 법원에서 돈을 갚지 않으면 차압이 들어온다는 우편물들이 날아 오기 시작했다. 선배는 나 몰래 무려 7개의 보증을 세운 것이다. 마른하늘에 날 벼락을 맞으니 눈앞이 캄캄해 졌다.
해결을 위해 미친듯이 발버둥을 쳤지만 법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 겨우 만난 선배는 자신은 아무것도 없다고 큰 소리 치며 고소해보라며 막 나갔다. 그러나 선배 부인이 업고 있는 갓난아이를 보는 순간 도저히 고소를 할 수 없었다. 얼마 뒤 선배는 도망을 갔다.
30년 전인 그 당시에 1억 6000만원은 도저히 넘지 못할 큰 산이었다. 돈 한 푼 구경 못하고 평생 갚아야 한다니 삶의 희망도 목적도 사라졌다. 모든 카드가 정지되고 월급 차압이 들어왔다. 생활비가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고, 값싼 월세 방을 전전하며 연탄 한 장도 아꼈고 후배에게 얹혀 살 때도 있었다. 같이 발령받은 친구들은 결혼하여 집도 사는데 눈물만 나왔다. 자살도 생각했지만 부모님 생각에 결행을 못했고 빚 얘기도 할 수 없었다.
고통을 잊기 위해 기계 체조선수들 훈련에 몰두했다. 그 결과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하여 우수교사 유럽연수를 다녀왔고 여러 번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며 국가대표 선수도 많이 배출하였다. 아이들 지도와 낚시는 내 삶의 유일한 돌파구였다. 사정을 아는 선생님들과 교장선생님은 정말 많이 배려해 주셨다. 그러나 마음은 온통 선배에 대한 미움과 원망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20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월급이 많이 들어왔다. 행정실에서 “선생님 이제 차압이 끝났어요”라고 했다. 그 기쁨의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3년 후,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결혼을 못하겠다고 했고 나는 약속하고 결혼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만 참고 앉아 있다가 오면 되겠지!’ 하며 교회에 따라갔다. 아내가 처음 전도사님이라고 소개할 때 “저 분 이름이 전도사야?”라고 했고, 옆에서 사람들이 큰소리로 기도하는 것이 정말 싫었다.
그러다 수련회에 때, 신화적 인물로만 알던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이 역사적 사실이고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실존 인물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하나님이 직접 내 앞에 오셔서 보여 주면 믿겠다고 버텼지만, 왠지 마음은 너무 간절했고 ‘2천 년 전에 하나님이 이 땅에 오셨다 가셨다’라는 말이 계속 생각났다. 성령의 강권적인 역사였다. 하나님은 부활이라는 표적을 보여주시고 이 증거를 통해 믿게 하셨다는 것이 그대로 알아졌다. 통곡이 나왔다.
내가 지은 죄를 위하여 하나뿐인 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어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부활하게 하셔서 내 죄를 사해주셨는데도 그동안 내가 예수님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살았던 죄를 회개하고 내 마음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빚보증으로 20년 가까이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하다며 사람들과 단절된 삶을 살았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니 나는 다 가진 가장 행복한 자였다. ‘내게 빚이 없었다면 지금의 아내도 만날 수 없었고, 예수님도 만날 수 없었겠다’는 마음이 드니 힘들었던 그 시간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내 젊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 그 선배도 마음으로 용서가 되었다. 오히려 그 선배를 위해 끝없이 기도하고 있다.
지금 나는 술도, 평생 지내온 제사도 끊고 새벽마다 기도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예수님을 전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인생, 부활하신 예수님만 자랑하는 삶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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