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때, 집 대문 앞에서 교통사고 직전의 위기를 넘긴 후부터 매사에 두려움이 생겼다. 놀이터에서 놀이기구도 타지 못했고, 예방주사를 맞을 때는 도망을 다니곤 했다. 그러다 중학교 때 일진 친구와 친해지며 내 행동도 달라졌다. 수업시간에 삐딱하게 앉았고 걸음도 건들건들 걸었다. 길거리에 자주 침을 뱉고 누가 지나가도 빤히 쳐다보며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교회를 다녔던 나는 언젠가부터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이 들어왔다. 예배 중 찬양을 부를 때도 수업 중에도 앞에 있는 종이컵과 에어컨 리모컨이 노려보고 있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어느 날 샌드백을 치며 권투 연습을 하는데 ‘갑자기 주먹이 안 나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들어 연습을 중지했고 축구를 하다가 ‘갑자기 발이 안 움직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공차기를 중단하고 운동장에서 나온 적도 있었다.
수능 공부를 하다가도 ‘갑자기 기억이 안 나면 어떡하지? 손이 움직이지 않아 답을 쓰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결국 공부도 접었다. 부모님은 그런 모습에 어이없어 하셨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해졌다. ‘말이 안 나오면 어떡하지? 목이 움직이지 않으면 어떡하지? 상대방이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 등등 두려운 생각이 수시로 치고 들어왔다.
벗어나고 싶어 안간힘을 쓰며 수없이 ‘예수 보혈’을 외쳤지만 ‘예수 보혈이 힘이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며 다 포기했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난 뭘 하든지 생각이 들어오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에 작은 의지까지 사라졌다. 병원에서 심리상담도 받고 병원에서 MRI도 찍어봤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이런 두려움은 결국 죽음의 공포로 이어졌다. 어느 날 갑자기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고 곧 심장이 멈출 것 같은 공포에 몇 달 동안 밤잠을 설쳤다. 병원에서는 스트레스성일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만 내렸다.
부모님은 온 힘을 다해 기도했지만 주말만 되면 교회 가기 싫어 부모님과 싸웠다. 교회에 가도 예배는 불참하고 차 안에서 책을 보거나 잠을 잤다. 부모님은 교회 기숙사에 반강제로 넣으셨다. 마음대로 놀지도 못하고 새벽을 깨워야한다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그러다 어차피 듣는다면 제대로 한 번 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어 집중했다. 그러자 말씀이 새롭게 들렸다. 예수님이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고 부활하셨다는 것은 더욱 충격이었다. 도망갔던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고 난 후에 부활을 전하다 순교했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부활이 내게 실제가 되었다. 나를 더욱 확실하게 해 준 것은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의 순교였다. 예수님의 부활을 사실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예수님을 믿지 않는 것이 회개해야 할 죄라는 말씀 앞에 내가 그동안 무슨 죄를 짓고 있는지 보였다.
그동안 나는 하나님의 말씀도 내 생각과 맞지 않으면 믿지 않았고 내 목숨인 줄 알고 죽을까봐 두려움에 떨었고 예수님이 주인 되면 내 것 다 빼앗아 갈까봐 배척했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 되어 마음과 육신이 원하는 대로 살았던 것이다. 나는 하나님께 회개하고 나를 위해 죽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모셨다.
드디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시원하게 해결되었고 그런 생각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마귀가 가룟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어주었듯이 그동안 마귀에게 속았던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마귀가 주는 생각에 속지 않고 말씀에만 반응하며 나처럼 눌리고 포로 된 자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사명자로 살아갈 것이다.
일상적인 삶이 불가능했던 내가 교회 기숙사에서 형제들과 함께 기쁘게 생활하며 같이 노방전도도 다니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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