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농군의 막내인 나는 고등학교 때는 경운기로 동네의 논밭을 거의 혼자 갈았고 꽁보리밥에 감자나 옥수수로 끼니를 때워도 부모님을 원망하지도, 친구들을 부러워하지도 않았다. 이런 낙천적 성격은 모두에게 칭찬을 받았다. 그러다 착하고 순종적인 아내와 결혼을 했다. 그러나 아이를 낳은 아내는 매사에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졌다.
어느 날 병원에 다녀온 아내가 아이가 발달장애라며 펑펑 울었고 그때부터 아내는 특수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 집안 형편과 관계없이 좋다는 교육기관은 어디든 쫓아다녔다. 나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하다 지쳐 집에 들어와도 끊임없이 아이와 놀아줘야 했다. 아내는 잠시도 쉬지 못하게 했고 CCTV처럼 늘 나를 감시했다. 지친 몸, 돈 걱정, 아이 걱정에다 귀에서 잔소리가 떠나지 않는 나는 창살 없는 감옥생활을 했다. 그러던 아내가 언젠가부터 성경공부 모임에 다니더니 교회 여름수련회에 간다고 했다. 나는 너무 기뻐 소리칠 뻔했다. 아내와 아이가 없는 3박 4일은 친구들과 소주 한 잔에 노래방, 야구장, K리그 축구장 등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몇 달 후 아내의 강요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교회에 따라갔다. 처음 간 교회는 모든 것이 낯설었고 마음은 정말 힘들었다. ‘2000년 전에 일어났던 부활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지? 나는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왜 내 죄를 용서했다고 하지? 내가 남을 해한 적이 없는데 무슨 죽을 죄? 성경을 가짜로 쓴 지 어떻게 알지?’ 내겐 모든 것이 황당했다. 그런데 아내는 장애아들도 예수님 것이라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 시간 이상을 흥분해 얘기했다. ‘너는 떠들어라. 나는 운전이나 한다.’ 그래도 전처럼 들볶지 않는 것만 해도 살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예배 때 목사님께서 사도행전 17장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예수님을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다고 강하게 말씀하셨지만 내겐 전혀 믿어지지 않았다.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
어느 날 작은 교회 예배에서 야고보 얘기를 들었다. “예수님과 같이 자란 야고보가, 형이 내가 하나님이라고 했을 때 미쳤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야고보서 처음에 보면 예수 그리스도의 종 야고보라고 했죠. 그리고 나중에는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전하다가 순교했잖아요. 같이 살던 형이 어느 날 내가 하나님이다 하면 누가 믿겠어요? 뭔가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믿을 수 있잖아요?” 그 말을 들을 때 갑자기 고민을 하게 되며 그 예수를 알아보고 싶어졌다.
4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읽기 시작했다. 예수님의 부활이 환상이나 영이 아니라 실제였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 “예수님이 정말 부활하셨구나! 이 분이 하나님이시구나!” 이것이 비쳐지며 나는 그대로 굴복하고 말았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인생의 주인 노릇하고 있었음도 알 수 있었다. 나는 예수님을 믿지 않았던 것을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무엇보다 내게 복음을 전해 준 ‘CCTV 아내’가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어머니가 생각났다. 평생 농사일로 고생하신 늙으신 어머니. 즉시 어머니께 부활의 복음을 전했고 지금은 같이 교회에 다니시고 대대로 지내던 제사도 끊으셨다.
나는 지금 좋아하던 술도 끊고 더 이상 아들 때문에 염려하지 않는다. 특수교육도 시키지 않고 말씀을 들려주며 기쁘게 기르고 있다. 장애아든, 문제아든 똑같은 자녀이고 하나님은 똑같이 살리시는 분이시니 너무너무 감사하다. 장애를 가진 아들로 인한 염려 속에 살았던 나는 정말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 이 진짜 자유와 기쁨을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한 삶이 내 인생의 유일한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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