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번 마음 먹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내가 원하는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외고집이었다. 내가 늘 옳았기 때문에 내 고집은 당연했다. 어느 날 큰언니가 나에게 심부름을 너무 많이 시켜서 짜증이 났다. 수요예배를 가신 부모님이 오시기 전에 결판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섯 살이나 어린 내가 무기를 사용하는 건 옳다고 생각했다. 주방에 갔더니 식칼이 있었다. 이걸 집어 들었더니 언니가 하얗게 질려 밖으로 뛰어나갔다. 현관문을 잠갔더니 추운 날 맨발로 뛰어나간 언니가 열어달라고 사정을 했다. 다시는 심부름을 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문을 열어주었다. 이런 성격인 내가 직장 생활을 시작했는데 학생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힘들었다. 나는 누구 밑에 있는 것도 싫고 지는 것도 싫은데, 회사는 부당한 대우도 참아야 하고 나 혼자 일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다. 부모님께 받은 대학 등록금과 용돈을 다 갚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출근하던 어느 날, 휴대전화로 부고 알림 문자가 왔다. 내가 회사에서 롤모델로 따르던 선배 본인상이었다. 깜짝 놀라서 회사로 뛰어갔는데 선배는 전날 늦게 귀가를 했다가 돌연사를 했다고 했다. 사람이 죽었는데 회사 사람들은 이걸 산재로 해야 하나 하면서 처리해야 할 ‘일’로 생각하는 것이다. 뭔가 지금까지 내가 굳게 믿고 있던 것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때마침 수련회가 시작됐고 휴가를 내고 참석하게 됐다.
수련회 때 목사님은 계속 부활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누가복음 23장 예수님 옆에 매달렸던 강도에 대해 말씀하셨다. 강도는 모든 것을 맡겼다. 강도는 부활의 주를 믿었다. 부활의 주!
그 순간 성령께서 확 비춰주셨다. 예수님이 하나님이시구나! 부활하신 분이 하나님이구나! 이것이 믿어지니까 내 마음이 보였다. 진짜 왕 앞에서 가짜 왕 행세를 하고 있었다. 내 마음의 왕국에서 왕 노릇 하며 내 기준에 맞지 않으면 누구든지 사형, 무기징역, 내 마음대로 잔인하게 처형해 버리는, 정말 지독히도 나밖에 모르는 나! 나! 나에게 미친 왕이었다. 구토가 나왔다. ‘나는 죄인입니다. 나를 떠나소서’ 이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그제야 다른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잘못했는지 깨달아졌다. 사람 앞에 한 것이 하나님 앞에 한 것이구나! 송구함에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 예수님은 성자 하나님인데, 진짜 왕인데 전능자가 나를 위해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철옹성 같던 내 마음이 그대로 무너졌다.
그 이후로 전능자의 사랑에 감격해서 막강한 엔돌핀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기쁨과 감사로 하루가 시작되고 마무리됐다. 새로 발령받은 근무지는 전보다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내가 왜 이런 곳에 발령받았나’ 그런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로마서 13장 말씀을 통해 ‘관원은 하나님의 사자가 돼 네게 선을 이루는 자라’ 하시며 상관에게 철저히 복종하라고 하셨다. 한 마디 불평 없이 그 말씀에 순종하게 됐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마지막 날 하나님이 보호해주시고 인도해주심이 너무 감사해서 새벽에 감사 기도를 드렸는데, 하나님이 나에게 ‘승리’라고 하셨다. 세상에서의 승리는 이기는 것이고, 대접받는 것이고, 높아지는 것이지만, 천국의 승리는 낮아지는 것이고 섬겨드리는 것이고 사랑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전에는 내가 너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행동해도 죄책감이 없었는데, 예수님을 만나니까 내가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처럼 정말 위험천만한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말씀의 브레이크를 선물해 주셨다. 주님의 말씀이니까 억지로 애쓰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사랑하니까 더욱 말씀에 순종하고 예수님만 전하는 사랑의 사도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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